[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 사령관 “의원 끌어내는 임무 안지켜”… 여단장 “의원 끄집어내라는 말 들어” ‘尹, 정치인 체포 지시’ 보고 놓고… 국정원장-前 1차장 진실공방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는지를 포함해 계엄 사태 이후 국정원 내부 상황을 두고 조 원장과 홍 전 차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홍 전 차장 폭로로 촉발된 이번 논란이 국정원 ‘투톱’의 진실공방으로 번진 것.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군이 계엄군을 투입한 것을 놓고도 관련 지휘관끼리 증언이 엇갈리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등 군도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계엄 및 탄핵 국면으로 어느 때보다 안보 환경이 엄중한 시기에 기강을 다잡아야 할 국정원과 군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전 차장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았던 3일 밤 조 원장에게 윤 대통령의 지시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7일 공개한, 홍 전 차장과의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대통령 전화 받았고 방첩사 협조하라는 지시 받았고 이재명, 한동훈 잡으러 다닌다고 보고하는데도 얼굴까지 돌리면서 ‘내일 얘기합시다’가 유일한 지침이고 답”이라며 “결국은 네가 알아서 하고 책임져라? 원장의 이런 뺀질이 성격을 뻔히 아니 대통령이 내게 직접 연락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원장은 본보에 “홍 전 차장이 이재명, 한동훈 등 정치인들을 잡으러 다닌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면서도 “(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해) 내가 대통령으로부터 지침을 받은 게 없고 홍 전 차장이 대통령 지침을 받았다는 소리를 못 들은 상태에서 이게 무슨 얘긴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조 원장은 6일 오전까지도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홍 전 차장으로부터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계엄 해제 이후인 5일 오후 홍 전 차장이 조 원장에게 ‘현 상황을 감안할 때 국정원장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국정원장은 이런 언행이야말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도 “이런 시기에 (이 대표에게) 전화를 하는 건 구체적인 정치적 의미를 가진 행동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혹시 몰라 홍 전 차장에게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홍 전 차장은 박 의원에게 “(조 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반대는커녕 우려만을 표했다네요. 계엄 동조 또는 방조입니다”며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계엄군 투입 과정에 연관된 군 지휘관들은 자신이 계엄 실행에 깊이 관여한 바 없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부하가 상관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앞서 707특수임무단, 제1공수특전여단 등 예하 부대원들을 국회 등에 계엄군으로 보낸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6일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한 위법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이상현 1공수특전여단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령관님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 안 되면 전기라도 끊으라는 말씀을 하시긴 했다”고 말했다.
국회 현안질의 불려나온 여인형 前 방첩사령관 7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이경민 국군방첩사령관 직무대리(오른쪽)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