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부모,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인순이 괴롭게 했던 정체성 고민

입력 | 2024-12-09 10:09:00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 8일 방송
“어디 가면 사람들이 저를 너무 쳐다봐”



MBC


가수 인순이가 힘들었던 사춘기 시절을 회상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에서는 인순이가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인순이는 다문화학교인 해밀학교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제가 거창하게 학교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니다”라며 “그냥 제 정체성 때문에 사춘기가 너무 길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어딘가 가면 사람들이 저를 너무 쳐다본다”며 “위아래 쳐다보고 ‘엄마는 어느 나라? 아빠는 어느 나라? 넌 왜 한국말을 잘하니?’라고 물어본다, 밖에 나가는 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왜 나는 다른 모습으로 다른 곳에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어야 하지?’ 했다”며 “엄마는 엄마 나라 가면 엄마 나라 사람, 아빠는 아빠 나라 가면 아빠 나라 사람인데 나는 어디? 태평양?”이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인순이는 “이미 다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지 않나”라며 “그런데 지금 자라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사춘기를 길게 보내면 어떡하지? 나처럼 한참 헤매면 어떡하지? 몇몇 아이들 옆에라도 내가 있어 주면 어떨까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중학교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사춘기 때 잡아주면, 마음을 풀어주면 조금 더 단단하게 사회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인순이가 설립한 학교는 학생 6명으로 시작해 현재 50명이 넘는다고. 그 중 60%가 다문화 가정 학생들로, 11개국에서 왔다고도 소개했다.

인순이는 중학생 시절 어려웠던 가정 환경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을 아껴주던 선생님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려고 했다며 “결혼식에 가기 위해 책을 팔아서 500원을 들고 집을 나섰는데 친구들이 버스를 타는 게 보이더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이어 “돈을 들고 안 가게 되면 엄마와 몇 끼를 먹고, 가게 되면 500원은 끝이었는데 이 500원을 들고 다시 집으로 갔다”고 울먹였다. 이어 그는 “그렇게 엄마랑 밥을 먹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나이에 철없이 가지! 네가 어른도 아니고 뭘 그리 생각했어!’라고 했는데 그런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인순이는 “사실 때라는 게 있는 것 같다”며 “때에 맞는 걸 하고 지나가시라”고 당부하며 “인생 선배, 엄마 입장에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하고 지나갔으면 한다, 인생에서 한 번쯤 무릎 꿇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며 “‘서른인데 아직까지 도전해?’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재수가 없으면 120살까지 산다는데 그럼 서른 살은 베이비다, 도전하셔도 되고 실패하셔도 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그때를 놓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덧붙여 감동을 안겼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