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있었다고 보긴 어려워”
인천 지역 교회에서 밥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고생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신도가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4.05.18. 인천=뉴시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장우영)는 9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교회 합창단장 박모 씨(52)의 죄명을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해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54) 등 신도 2명의 죄명도 아동학대치사 등으로 바꿔 각각 징역 4년~4년 6개월을,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 친모 함모 씨(52)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학대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는 인정되지만, 살인의 고의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피해자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음식을 전혀 못 먹는 상태임에도 학대해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대화를 할 수 있던 피해자가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와 이들이 사망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살해 고의를 인정하긴 어렵지만, 학대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는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별다른 죄의식 없이 피해자를 3개월 넘게 감금하면서 신체 학대를 반복해 숨지게 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함 씨는) 딸을 양육할 의무를 소홀히 해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딸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에 누구보다 괴로운 상황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교회 설립자의 딸이기도 한 박 씨 등은 올 2월부터 5월 15일까지 인천의 한 교회에서 10대 여고생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함 씨는 병원 치료가 필요한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