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정씨 징역 15년·아내 6년, 아들 정씨 4년 선고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 피의자 정모씨가 8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구속한 정모 씨 부부와 불구속 입건 상태인 아들 정씨를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2023.12.08 [수원=뉴시스]
경기 수원시 일대에서 760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주범인 남편 정씨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사기 범행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며 “리스크 관리 대책을 전혀 두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사업했다”고 꾸짖기도 했다.
9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 기소된 정씨 부부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정씨에게 1억36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정씨와 그의 아들 정씨의 감정평가사법위반 혐의와 아들 정씨의 2023년 3월 전 일부 사기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우선 이 사건 주범인 정씨에게 “피고인은 무분별하게 사업규모를 확장했고, 자금관리할 직원 한 명도 없는 등 주먹구구식 사업을 해오며 경기침체나 정책변경 등 제반 여건이 임대사업에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리스크 관리대책을 전혀 두지도 않았다”며 “남의 돈을 받아 이렇게 사업하는 경우가 어딨냐”고 꾸짖었다.
이어 피해자 중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며 이 사건 피해가 막심한 상황인 점도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주먹구구식 사업 운영으로 500명의 피해자가 760억원 상당의 막심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임대차보증금은 성인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고, 주거 생활 안정과도 직결돼 있어 피고인의 범죄로 인한 피해는 재산적 피해 합계보다 극심한 피해”라고 했다.
정씨의 아내 김씨와 아들에 대해서는 “정씨와 공모해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면서도 “정씨가 자금관리를 도맡아 하면서 임대사업 구조의 위험성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판결 선고 직후 한 피해자는 “지옥에나 가라”하고 정씨 일가족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등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씨 일가족에게 2억 정도 피해를 입었다는 안모(20대)씨는 “아직도 피해 회복이 안됐다”며 “아내는 같은 공모자인데 저렇게 (판결이) 나오면 피해자들은 얼마나 (마음이) 그렇겠냐”고 형이 너무 가벼운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씨 일가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원시 일대에서 일가족 및 법인 명의를 이용해 무자본 갭투자로 약 800호의 주택을 취득한 뒤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 51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760억여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은 임대업체 사장과 재계약을 담당하는 부사장, 감정평가사 등 각각 역할을 맡아 범행에 가담했다.
검찰은 아들 정씨가 실제 가치보다 부풀린 가액으로 감정하는 ‘업(Up) 감정’을 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고 감정평가사법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정씨 부부에게 징역 15년을, 아들에게 징역 12년을 각각 구형했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