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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첫 감소… 60세 이상 자산 6% 늘고, 30대 이하 6% 줄어

입력 | 2024-12-10 03:00:00

고금리 장기화에 ‘빚 갚기’ 늘어
올해 부채 0.6%↓, 자산 2.5%↑
연령대별 ‘부의 양극화’는 더 커져
39세 이하 유일하게 순자산 하락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의 부채가 전년 대비 0.6%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소득과 자산 증가로 대출 상환에 나선 가구가 늘면서 통계 작성 이후 13년 만에 가계부채가 처음 감소했다. 하지만 연령대별 ‘부의 양극화’는 더 심해진 모습이다.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의 자산은 6.2% 증가한 반면에 30대 이하인 가구의 자산은 오히려 6.0% 감소했다.

● 가계 부채 13년 만에 첫 감소

9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4022만 원으로 전년(5억2727만 원) 대비 2.5%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28만 원으로 0.6% 감소했다. 가계부채가 감소한 것은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구당 순자산 역시 4억4894만 원으로 3.1% 늘었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빚 갚기’에 나선 이들이 늘었고, 대출 자체가 적은 1인 가구가 증가한 점이 가계부채 감소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전체 가구 중 상대적으로 금융부채가 적은 1인 가구나 고연령 가구가 많이 늘어난 것이 전체 금융부채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구의 소득도 증가세다. 지난해 연간 가구 평균 소득은 7185만 원으로 2022년(6762만 원) 대비 6.3% 늘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소득 증가율이다. 가구소득 중 근로소득은 4637만 원으로 전년 대비 5.6%, 사업소득은 1272만 원으로 5.5% 늘었다. 고금리에 재산소득(559만 원)은 28.1% 증가해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적인 소득 분배 상황도 전년보다 개선되는 흐름이다.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23으로 전년보다 0.001포인트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 세대 간 ‘부의 양극화’는 커져


문제는 세대 간 ‘부의 양극화’다. 전반적인 소득 및 자산 관련 지표가 모두 개선되는 것과 반대로 연령대별 소득 및 자산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구는 전년보다 순자산이 줄었다. 전체 연령대 중 유일하다. 지난해 3월 2억3678만 원이던 순자산이 올해 3월에는 2억2158만 원으로 6.4% 급감했다. 40대(3.4%)와 50대(2.8%), 60세 이상(6.8%)은 모두 순자산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소득에서도 젊은층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가구주 연령별 소득은 40대가 9083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8891만 원), 39세 이하(6664만 원) 등의 순이었다. 증가율로는 60세 이상(10.0%)이 가장 높았고, 39세 이하는 1.1%에 머물렀다. 2015년(1.0%)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고, 지난해 물가 상승률(3.6%)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재산소득의 경우 60세 이상은 지난해 연간 827만 원을 벌어들인 반면에 39세 이하는 185만 원에 그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 고금리에 경기침체 장기화로 젊은 세대의 고용 지표 악화가 두드러졌고, 결국 소득 부진으로 이어졌다”며 “젊은 세대는 적은 소득에 빚을 내서 자산을 형성하는 것도 쉽지 않아 위 세대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