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제한구역 7곳 설정-함정 파견” 中, 대만총통 하와이-괌 경유 반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이 “중국이 대만 인근 해역에서 ‘회색지대 도발’을 시행함에 따라 경계 태세를 최고 수위로 높이고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회색지대 도발은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나 무장 민간어선을 활용한 전술을 뜻한다.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이날 대만 국방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9∼11일 대만과 가까운 중국 남동부 푸젠성, 저장성 등에 “임시 비행제한구역 7곳을 설정하고 대만 인근 해역에도 해군 함정 등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대만 또한 비상대응본부를 설치하고 경계 태세를 최고 수위로 올렸으며 전투준비 훈련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또한 중국이 대만, 대만과 가까운 일본 최남단의 일부 섬, 동중국해·남중국해 인근 해역 등에 약 90척의 함정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군사 위협 고조는 반중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賴淸德·사진) 대만 총통의 최근 행보와 관련이 있다. 라이 총통은 지난달 말 마셜제도, 투발루, 팔라우 등 남태평양 섬나라를 순방하는 과정에서 미국 하와이주, 미국령 괌을 잇따라 경유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2022년 8월 현직 하원의장 자격으로 대만을 찾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과 화상 통화도 했다. 중국은 라이 총통이 미국 영토를 경유한 것에 거세게 반발하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