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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탄핵보다 빠르게 하야” 친윤 “임기단축 개헌”… 또 충돌

입력 | 2024-12-10 03:00:00

친윤-친한 ‘尹 퇴진 로드맵’ 충돌




국민의힘이 9일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중진회의, 비상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과 정국 수습책을 둘러싸고 친한(친한동훈)과 친윤(친윤석열) 간 계파 이해관계에 따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친한계는 “탄핵 속도보다 빠르게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친윤계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론 “임기 단축 개헌을 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한 탄핵 당론 여부를 놓고도 충돌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서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친한계인 서범수 당 사무총장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보다 빠른 시기에 질서 있게 퇴진하는 게 맞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2016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하고 5개월 만인 2017년 5월 9일 대선이 치러진 것을 감안하면 내년 5월 이전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취지다. 친한계인 조경태 의원도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생각이 1도 없다”며 “(하야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선 “‘시간 끌기’로 보여선 안 된다. 14일 탄핵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윤계를 중심으로 “탄핵이나 하야보다는 임기 단축 개헌을 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대선을 동시에 치르기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을 만들 국정안정화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중립 성향의 3선 이양수 의원을 선임했다. 이 의원은 ‘퇴진 방안 중에 하야도 논의하냐’는 질문에 “제한 없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중에 계파싸움… 정신 못 차린 여당
[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 與, 정국수습 대신 ‘밥그릇 싸움’
친한, 조기대선이 黨장악 유리 해석… 친윤, 시간 끌며 韓 대항마 찾기
어제 3차례 회의에도 접점 못찾아… 12일 원내대표 선출 신경전 펼듯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9일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정국 수습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갈등 속에 구체적인 윤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이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정국 수습 대책을 놓고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계파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차기 대선 주자로 한동훈 대표를 내세운 친한계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빠른 하야를 통한 조기 대선 국면 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윤계는 야당이 반대하는 임기 단축 개헌 논의 등을 띄우며 윤 대통령의 임기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 관계자는 “친한계는 한 대표를 앞세운 조기 대선 국면이 당 장악에 유리하다고 보고, 친윤계는 개헌 논의로 시간을 벌면서 한 대표의 대항마를 찾겠다는 포석”이라며 “어떤 수습 대책을 내건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친윤계의 추경호 원내대표 재신임 요구에도 새 원내지도부 선출을 결정하면서 계파 간 이해 다툼도 예상된다.

결국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중진회의, 5시간 마라톤 비상의원총회 등 3차례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구체적인 윤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이나 정국 수습 방안에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일단 국정 안정화 태스크포스(TF)만 띄웠다. 국정 안정화 TF 단장을 맡은 이양수 의원은 “어떻게 하면 당을 빨리 추슬러서 조기에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들에 대해 지금 당장부터 회의를 통해 여러 사안을 점검하겠다”며 “이후 결정해 당과 국민에게 보고드리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 친한 “빠른 하야” vs 친윤 “임기 단축 개헌”

친한계는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소요되는 시간보다는 더 빠르게 하야를 통한 윤 대통령의 퇴진이 이뤄져야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개월 뒤인 2017년 5월 대선이 치러진 것을 감안해 내년 5월 이전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이 이번 주 14일 예고한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 이전에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친한계인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 안정화 TF가 빨리 회의를 해서 이번 주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며 “이번 주를 넘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이날 첫 TF 회의를 마친 뒤 “10일 중으로 여러 로드맵 방안을 당 지도부에 보고하겠다. 무엇을 취사 선택하는지는 지도부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나 친윤계와 중진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즉각적인 하야 등 조기 퇴진 논의보다는 임기 단축 개헌 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탄핵이나 빠른 하야보다는 개헌 후 2026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함께 치르는 방안을 고심 중인 상황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비상의원총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부 의원이 임기 단축 개헌 및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주장하기도 했다”며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비상의원총회에서 특별한 의견 표명보다는 듣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 퇴진 로드맵 갈등 이면에 당 권력 투쟁

친한계가 윤 대통령의 빠른 하야로 조기 대선 국면을 만들려는 건 한 대표를 중심으로 여권 전반을 재정비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하야에 따라 조기 대선 국면으로 들어갈 경우, 친한계로 급격하게 당내 역학 관계가 쏠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윤 대통령의 임기를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 친한계 인사는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대선을 치르겠다는 게 과연 현실성이 있겠느냐”며 “윤 대통령의 탄핵보다 빠른 하야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윤계가 민심을 읽지 못하는 주장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임기 단축 개헌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빠른 하야는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에 헌납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중지나 당 의원들의 뜻을 의총이든 여러 기구를 통해 수렴해야 한다”며 한 대표 중심의 국정 안정화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여당이 12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하면서 친윤계와 친한계 간 신경전도 예상된다. 앞서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추 원내대표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가 “저의 원내대표 사퇴 의사는 확고하다”며 “새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 새 원내지도부 선출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표결로 뽑을지, 추대 방식으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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