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람은 각자 늙었다고 느끼는 때가 다르다. 그게 50세 일수도 있고, 60세 또는 70세 일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인간의 뇌는 특정 시기에 갑자기 확 늙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 노화와 관련된 13가지 단백질 수치가 57세, 70세, 78세에 급증한다는 사실이 새로운 연구에서 확인된 것.
연구진은 이때가 뇌를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개입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Nature Ageing)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중국 정저우대학 부속 제1병원 연구진은 45세에서 82세사이의 영국인 1만949명의 뇌를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하여 연구 대상자들의 뇌 연령 격차, 즉 본질적으로 뇌 연령이 실제 나이와 얼마나 다른 지 추산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뇌의 부피나 표면적과 같은 특정 생리학적 특징을 조사해 사람들의 뇌 나이를 알아냈다. 이를 통해 뇌의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논문 캡처.
연구진은 뇌 노화와 강하게 연관된 13가지 단백질을 알아냈다. 노화와 관련 있는 요소(세포 스트레스와 염증 등)들과 연관된 단백질은 생물학적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혈중 농도가 올라갔다. 반면 세포 재생을 포함해 뇌 기능 유지를 돕는 단백질 수치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단백질 중 하나인 브레비칸(Brevican)은 생물학적 뇌 연령과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나이가 들수록 혈중 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감소 수치는 치매와 뇌졸중 같은 질환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브레비칸은 뉴런 간 소통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견은 이 단백질이 신경퇴행성 질환 발병의 측정 가능한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전 연구 결과에 힘을 보탠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뇌 노화 관련 13가지 단백질의 혈중 농도가 특정 연령 즉 57세, 70세. 78세에 최고조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노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는 기존의 생각과 달리 특정 시기에 몸이 급격하게 늙는 다는 것을 밝혀낸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 8월 ‘네이처 노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44세와 60세에 극적인 노화를 겪는다.
당시 연구를 주도한 스탠퍼드대학교 유전학과 마이클 스나이더 교수는 “사람들은 누구나 서서히 늙어간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변화는 선형적이지 않다는 게 밝혀졌다”며 이러한 극적인 ‘노화 파도’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44세와 60세에 근접한 사람들은 더 자주 운동하고 더 건강한 식단을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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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중국 연구진이 너무 성급하게 결론에 도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트슨 박사는 “혈액 샘플의 여러 단백질과 MRI 영상 기반 뇌 노화 지표 간의 상관관계는 흥미롭지만 이러한 단백질의 혈중 농도 측정을 뇌 기능 장애 진단이나 특정 개입 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것의 의미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