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박혜준은 저조한 성적 탓에 이듬해 2부 투어에서 뛰어야만 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KLPGA투어에 올라와 이번 시즌 준우승을 두 차례 하는 등 투어 적응에 성공했다. 사진은 이번 시즌 대회에서 티샷을 하는 박혜준. KLPGA투어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팬들은 키 177cm의 박혜준(22)이 이번 시즌 중계방송에 자주 노출되자 올해 데뷔한 것으로 많이 알지만, 박혜준은 2022년에 이미 투어에 데뷔를 했다. 당시에는 저조한 성적 탓에 방송에 노출이 되지 않아 극소수의 팬들만이 박혜준의 존재를 알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KLPGA투어 인기상의 주인공 황유민(22)과 한 타 차이 접전을 벌이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박혜준은 최근 전화 통화에서 “처음으로 ‘챔피언조(최종라운드에 리더보드 상위 3명의 선수를 묶은 조)’에 뛰어서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는 ‘무너지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며 “그런데 내가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지 처음인데도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아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해 후회는 없다. 우승에 대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준우승 상금 1억 3200만 원을 받았기 때문에 시드권 유지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산뜻하게 시즌을 출발했다”고 말했다. KLPGA투어 시드권은 상금 순위 상위 60명에게 주어지는데, 이번 시즌 60위 한지원(23)의 시즌 상금이 1억 6678만 원이었다. 박혜준은 4억 1892만 원을 받아 상금 순위 27위로 시즌을 마쳤다.
박혜준(오른쪽)이 필드를 돌아 갤러리의 환호에 팔을 흔들어주고 있다. KLPGA투어 제공.
박혜준이 개막전부터 시드권 유지 생각을 한 것은 투어 데뷔를 했던 2022년의 악몽 탓이다. 박혜준은 당시 27개 대회에 참가해 ‘톱10’에 단 두 차례 진입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컷 탈락을 11번 하는 등 저조한 성적 탓에 상금 1억 2293만 원을 받아 71위로 시즌을 마쳐 시드권을 잃었다. 최소 30위 이내에 들어야 하는 시드전 본선에서도 60위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2023년에는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서 뛰어야만 했다. 박혜준은 “호주에서 유학을 하면서 한국 골프장의 잔디 상태에 적응을 하지 못해 공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가장 컸다”며 “외국에서 오래 생활을 해 1부 투어에 마음을 터놓고 지낼 동료도 없어 멘털적인 부분도 골프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박혜준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5년 호주로 유학을 떠나 2021년 2월 귀국했다.
박혜준은 최근 전화 통화에서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 “데뷔 첫 승을 포함해 2승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KLPGA투어 제공.
1년 만에 다시 올라온 KLPGA투어에서 준우승을 두 차례 한 박혜준의 시선은 2025년으로 향하고 있다. 두 차례 준우승을 했으니, 내년에는 데뷔 첫 승을 포함해 2승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박혜준은 “당연히 데뷔 첫 승이 목표인데, 1승은 행운인 것 같아 가능하다면 실력으로 우승을 한 것 같은 2승을 해보고 싶다”며 “또 올해처럼 많은 갤러리분들 앞에서 즐겁게 내 골프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1월 6일부터 태국으로 40일간 겨울훈련을 떠나는 박혜준은 이번 시즌 자신의 두 차례 준우승이 국내 개막전과 후반기 첫 대회(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나온 점을 승부처로 꼽고 있다. 박혜준은 “두 대회 모두 시즌 중간에 2, 3주간의 재정비 시간이 있은 뒤라는 공통점이 있다. 휴식 기간이 주어질 때 웨지샷과 퍼트가 잘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 부분을 집중 훈련했는데, 항상 휴식을 마친 직후 대회에서 웨지샷과 퍼트감이 좋았다”며 “그래서 이번 겨울 훈련 때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할 계획이고, 특히 이번 시즌 내내 내 약점이었던 ‘그린 브레이크를 읽는 법’을 집중적으로 훈련해 퍼트를 잡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준이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KLPGA 투어 제공.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