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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반전’…“끊는 것보다 적당히 먹어야 더 건강”

입력 | 2024-12-11 08:01:00

탄산음료·과일 주스 등에 첨가 ‘액당’이 몸에 가장 해로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설탕에 관한 상식을 깨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설탕을 조금 즐기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
그것이 음료에 들어있는 액당(액체 상태의 당)이 아니라면 말이다. 액당은 멀리하라. 심장건강에 매우 해롭다.’

당 섭취량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게 통설이다. 그래서 설탕 끊기에 도전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약 7만 명을 대상으로 20년 이상 진행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첨가당의 비중이 일일 섭취 칼로리의 5~7.5%일 때 심장 건강에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2000칼로리를 기준으로 할 때 하루 약 25~27.5g에 해당하는 양이다.

학술지 공중보건 프론티어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진은 세 가지 유형의 설탕 소비를 분석했다. 꿀과 같은 토핑, 페이스트리와 같은 간식, 탄산음료와 같은 액체 형태 첨가당이 들어있는 음료.

이와 연결해 일곱 가지 심혈관 질환을 조사했다. 두 가지 유형의 뇌졸중, 심장마비, 심부전, 대동맥류, 심방세동, 대동맥 협착증.

연구진은 1997년부터 2019년까지 45~83세의 스웨덴 성인 6만9705명(여성 47.2%)을 추적했다. 참가자들은 1997년과 2009년 각각 포괄적인 식이 설문지를 작성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설탕 소비 패턴이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할 수 있었다. 연구기간 동안 총 2만5739명이 한 가지 이상의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결과 첨가당이 들어있는 가당 음료가 특히 몸에 해로운 것으로 파악됐다. 가당 음료를 일주일에 8번 이상 마시는 사람은 1번 이하로 마시는 사람에 비해 허혈성 뇌졸중(뇌혈관이 막혀 발생) 위험이 19%, 심부전(혈액을 펌프질하는 심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질환) 위험이 18%, 심방세동(심장박동이 불규칙) 위험이 11%, 복부 대동맥류(복부 내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 벽이 여러 원인에 의해 약해져서 직경이 정상의 50% 이상 늘어나는 질환) 위험이 31% 더 높았다.

논문의 교신저자이자 영양학 박사 후보생(PhD Candidate·다른 과정은 모두 마치고 박사 논문만 남은 박사 과정 학생)인 수잔 얀지(Suzanne Janzi) 씨는 “가당 음료에서 흔히 발견되는 액체 당분은 일반적으로 고체 형태보다 포만감을 덜 주기 때문에 과잉 섭취로 이어지기 쉽다”고 연구 보도 자료에서 말했다.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었다.

페이스트리, 아이스크림, 초콜릿 같은 달달한 간식을 가끔 즐기는 사람들이 거의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건강 결과를 보였다. 첨가당을 하루 총 열량의 5~7.5% 섭취한 이들은 5% 미만 섭취한 이들보다 허혈성 뇌졸중, 심장 마비, 심부전, 심방세동 등 여러 심혈관 질환 위험이 일반적으로 낮았다.

“이것은 기본적인 식습관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설탕을 거의 섭취하는 않는 사람들은
매우 제한적인 식단을 따르거나 기존 건강 상태로 인해 설탕 섭취를 제한하고 있을 수 있다”라고 얀지 씨가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 결과는 극도로 낮은 설탕 섭취가 심혈관 건강에 꼭 필요하거나 유익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덧붙였다.

직관적이지 않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스웨덴의 독특한 피카(fica) 문화(친구·동료들과 커피와 디저트류를 즐기며 잡담하는 사회적 관습)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회적 연결과 그로인한 전반적인 웰빙 효과 덕에 건강 지표가 나아졌다는 해석이다.

연구진은 첨가당 섭취량이 많을수록 허혈성 뇌줄중과 복부 대동맥류 두 질환의 위험성 증가와 뚜렷한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체중에 따라 설탕이 심장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달랐다.

체질량지수(BMI·자신의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를 초과(과체중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설탕 섭취량이 많을수록 복부 대동맥류와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BMI가 18.5~25 이하(정상 체중으로 간주)인 사람은 설탕 섭취량이 많을수록 주로 심부전 위험이 증가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접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가당 음료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신경학 부교수인 W.테일러 킴벌리(W. Taylor Kimberly) 박사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식단 변화를 이루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이번 연구는 가당 음료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건강에 근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UPI통신에 말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인 영양사 테레사 젠타일(Theresa Gentile)도 같은 매체에 “이번 연구는 설탕 섭취를 균형 있게 조절할 것을 권장한다. 설탕이 첨가된 음료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되 적당한 단맛을 즐기는 것은 허용하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사람들은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이고 전반적인 건강과 웰빙을 개선하기 위해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로 매년 약 179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다.
통계청이 작년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64.8명으로 2013년 50.2명에 비해 29.2% 증가했다.

다만 이 연구는 다른 인구 집단과 다른 식습관 및 생활습관 요인을 가진 스웨덴인을 대상으로 했기에 다른 인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특히 스웨덴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피카라는 사회적 관습, 증 정기적으로커피와 페이스트리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식생활 문화가 다른 인구 집단에서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얀지 씨가 설명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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