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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틀전 ‘민주당사-국회 등 6곳 확보하라’ 김용현 지시받아”

입력 | 2024-12-10 20:14:00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성일종 위원장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10. 뉴스1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 내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 선포 직후인 4일 0시 30~40분 경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전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점이 확인된 것이다.

● 뒤늦게 말 바꾼 곽 사령관

곽 사령관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 번 전화가 왔으며, 707 특수임무단 위치를 묻는 내용이었다”고 밝혀왔다. 이날 두 번째 통화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쉬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답하던 그는 이날 저녁 뒤늦게 윤 대통령으로부터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계엄 이틀 전인 1일 미리 계엄 관련 임무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3곳, (더불어)민주당사,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등 6곳을 확보하는 것이었다”며 “임무는 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비상계엄 당일인 3일 밤 뉴스를 보고 알았다던 입장을 뒤늦게 번복한 것이다. 곽 사령관은 “이틀 전부터 알았으면서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를 안했나”라는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 질의엔 “설마 (진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을 안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곽 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등 계엄 관련 핵심 사령관 4인이 계엄 선포를 준비 중인 사실을 미리 알았고, 관련 임무도 부여받았지만 “선포 이후 알았다”고 말을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다만 이날 현안질의에 출석한 이 사령관은 곽 사령관의 폭로 이후에도 “(계엄) 당일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 사령관도 “당일 오전 10시~11시 김 장관이 ‘해당 주 야간에 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니 1개 팀을 편성해 대기시켜라’는 지시를 해 대령 등 영관급 10명으로 팀을 꾸렸다”고 하면서도 계엄을 특정한 지시인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 사령관은 검찰 수사를 이유로 이날 현안질의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그 역시 그 동안 “당일에야 알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수방사 지하 구금 시설 등 사전 확인

이날 현안질의에선 국회의원 구금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처음 나왔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구금시설 및 체포 관련 지시는(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령관에게서 내가 직접 받았다”며 “B1 벙커(수방사 지하 전시지휘소)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B1 벙커는 방첩사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김 수사단장은 “우원식, 김명수, 한동훈, 이재명, 조국, 박찬대, 정청래, 김민석, 조해주, 이학영, 김민웅, 양정철, 김어준, 양경수 등 14명이 체포 및 구금 대상이 맞느냐”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대략 맞는 거 같다”고 답했다.

계엄 당시 경기 과천시 선관위 전산실에 부대원들을 보냈던 문 정보사령관은 “3일 오후 5시 김 전 장관이 ‘오늘 야간 9시 과천정부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계엄 선포) 속보가 나오면 선관위로 이동해 전산실 위치를 확인하라는 임무도 받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언급한 지 2분 만인 오후 10시 31분 정보사 부대원들이 계엄군 병력 중 가장 먼저 선관위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10. [서울=뉴시스]

10월 평양 무인기 사건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것. 무인기 운용 부대인 드론작전사령부 김용대 사령관은 “누구에게서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받았냐”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 질의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 사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건 대북 군사작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군의 일관된 원칙에 따른 메시지로 군이 무인기를 보냈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