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런드 스탠퍼드 스탠퍼드대 설립자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기르기에 최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학교 설립 시부터 실용성과 혁신성을 공부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어서 단순 기술 개발에서 나아가 기술의 사업화까지 중시했다. 실리콘밸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실제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레드릭 터먼과 윌리엄 쇼클리는 모두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이다.》
美 서부 개척시대 철도개발의 주축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은 엔비디아와 구글 같은 기업들을 창업했고 그들이 창업한 기업들의 주식 가치는 우리나라 모든 주식 가치를 합한 것보다 훨씬 크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릴런드 스탠퍼드는 이 철도 사업으로 큰 부를 모았고 이 자본은 추후 창업의 요람 스탠퍼드 대의 밑거름이 된다. 이후 릴런드 스탠퍼드는 1862년부터 1863년까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다.
부부의 삶은 아들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의 죽음으로 인해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스탠퍼드 부부는 당시로는 늦은 나이인 40대 중반에 아들을 얻었는데, 외동아들은 1884년 이탈리아 여행 중 장티푸스에 걸려 15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 비극은 스탠퍼드 부부에게 엄청난 슬픔을 안겼다.
엔비디아-구글-HP 등 창업자 배출
하지만 그들은 이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발견했다. 릴런드 스탠퍼드와 제인 스탠퍼드는 그의 아들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를 기릴 방법을 고민하던 중, 당시 미국 최고의 대학이었던 하버드대에 큰 금액을 기부해 자신의 아들 이름을 새로운 건물에 새기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스탠퍼드 부부가 하버드 총장을 만나러 갔지만 그들의 수수한 옷차림과 검소한 모습을 보고 오해한 하버드 직원이 “기부보다는 작은 기념물 정도로 아들을 기릴 것을 고려해 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이에 스탠퍼드 부부는 “우리는 작은 기념물이 아니라 아들을 기릴 대학을 세울 것”이라고 대답한 뒤 하버드를 떠났다고 한다. 결국 직원의 실수로 하버드대는 서부에 강력한 라이벌 대학을 갖게 되었다. 릴런드 스탠퍼드는 아들을 기린 대학을 세우며 “캘리포니아의 모든 아이가 우리의 자식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1885년 스탠퍼드 부부는 그들이 이룬 부 대부분을 기부해 대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는 ‘인류와 문명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교육기관을 목표로 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점도 몇 가지 있었는데, 등록금 없이 운영되는 학교로 출발했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대학 설립에 투자된 금액은 약 2000만 달러였다. 당시 미국 대학 사상 가장 큰 기부로, 다른 대학들의 규모와 비교했을 때도 압도적이었다. 예를 들어 1880년대 하버드의 연간 예산은 약 45만∼50만 달러였으며, 총기금(오늘날의 기부금 펀드와 유사한 개념)은 약 300만∼400만 달러 수준이었다고 한다. 즉, 스탠퍼드 부부의 기부는 당시 동부 대학들이 축적한 수십 년의 기금을 단숨에 넘어서는 규모였고, 이러한 압도적인 금액이 기존 명문 대학을 뛰어넘고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다음 사람에게 갚자” 기부의 선순환
필자에게 어느 대학의 문화가 가장 부럽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스탠퍼드의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이를테면 훌륭한 법조인, 훌륭한 정치가, 훌륭한 의료진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대학 교수로서는 서울대가 세상을 바꾼 기업가들을 얼마나 배출했으며, 그들이 세운 기업들이 얼마의 가치를 가지며, 얼마나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얼마나 많은 주주에게 부를 안겨주었는가 생각하게 된다. 과연 우리 대학들은 이런 기업가를 길러내고 있을까? 아니면 작은 성공에 안주하는 학생들을 키우고 있을까?
대다수의 국민들이 명문 대학에 가는 것까지는 엄청나게 관심을 쏟는 반면, 대학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더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쏟지 않는다. 사교육에는 엄청난 금액을 소비하면서 대학 교육 환경 개선에는 인색하다. 부디 많은 사람의 관심이 좋은 대학 보내기에 그치지 않고, 좋은 대학에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데까지 이어지길 기원해 본다.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