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9일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정국 수습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갈등 속에 구체적인 윤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을 두고 국민의힘이 연일 의원총회 등 각종 회의를 열어 논의하고 있다. 어제는 당 정국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제시한 ‘내년 2월 하야-4월 대선’과 ‘3월 하야-5월 대선’ 두 가지를 놓고 친한(친한동훈)계는 더 이른 시일을, 친윤(친윤석열)계는 멀리 1년 반 뒤까지를 퇴진 시점으로 제시하며 옥신각신했다고 한다. 일각에서 중진들은 차제에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쳐야 한다며 개헌 논의까지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논의는 일단 야당 주도 탄핵만은 막되 사태 수습을 위해 윤 대통령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데로 의견을 모아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퇴진 시점을 놓고선 지금 즉시부터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로 간격이 크게 벌어진다. TF에선 탄핵보다 빠른 대선, 즉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리가 대략 3개월 걸리는 만큼 앞으로 2, 3개월 뒤 하야해도 대선 시점은 같다며 내년 2, 3월 하야를 제시했다. 하지만 당내 의견은 ‘너무 느리다’ ‘조기 하야는 안 된다’로 갈려 분분하다.
이런 여당 내 논의는 한가하고 한심하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정치적 반전을 노려 보자는 꼼수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모든 시간표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향후 정치적 유불리 계산, 특히 대선 일정이 적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로 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친윤계에선 개헌과 연계해 내후년까지로 제시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이루지 못했던 개헌 합의를 이런 혼란 와중에 이룰 수 있겠는가. 그사이 이탈 의원은 하나둘 늘어날 것이다. 나아가 그 어떤 해법도 윤 대통령이 거부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