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한뒤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4.12.10/뉴스1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육군 중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비상계엄 이틀 전인 1일 이미 계엄 임무를 전달받았다고도 밝혔다. 당시 출동 표적엔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업체 ‘꽃’ 외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군 주요 지휘관들이 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이후 말을 맞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곽 사령관은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4일 0시 30∼40분경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가 왔다”며 “(윤 대통령이) 아직 (계엄 해제에 필요한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 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과의 두 번째 통화가 있었다고 처음 밝히면서도 내용 설명을 거부하다가 오후 국방위에서 공개했다.
이어 “하지만 707 특임단장 등 현장 지휘관들이 반대했고, 강제로 (문을)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치기 때문에 (출동 병력에) 들어가지 말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군 통수권자가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국회로 난입한 계엄군에게 폭력을 불사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저지하라고 직접 지휘했다는 것이다. 곽 사령관은 앞서 6일 민주당 김병주 의원 등과의 면담 땐 “작전 수행 도중 윤 대통령의 전화를 한 차례 받았던 기억이 있다”고만 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사령관과 지휘관들이 주저하지 않았다면 곧장 유혈 사태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비상계엄이 치밀한 계획하에 준비된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다”라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