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 “친윤 3명 등 최고위원 4명 사퇴땐… 韓대표 체제 붕괴” 시나리오까지 친윤 중진 vs 친한 초재선 구도… 권성동-김태호 계파 대리전으로
권성동 의원(왼쪽), 김태호 의원.
탄핵 정국에도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12일 권력 투쟁을 벌이며 당이 사분오열하고 있다. 친윤계 핵심인 5선인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이 돌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계파색이 옅은 4선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은 친한·초재선의 지원을 등에 업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친윤계와 중진 의원들이 이날 중진회의를 열고 권 의원 추대로 뜻을 모으자 곧장 한동훈 대표는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친윤계가 한 대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의 사퇴를 설득하고 있다는 설까지 유포되는 등 당내 혼란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친한계에선 “친윤계가 당권 투쟁 장난에 나서니 보수가 궤멸할 판이다. 친윤계의 ‘당권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내부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란 지적까지 나온다.
● 이 와중에 원내대표 두고 권력 투쟁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중진회의를 열고 새 원내대표로 권 의원을 추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나경원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중진들은 권 의원이 원내대표로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권 의원도 “중진 의원 전부는 아니고 다수 의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제가 원내대표가 돼서 어려운 당의 상황을 잘 조정하고 의원들의 심부름꾼이 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는 권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에 즉각 반발했다. 한 대표는 “중진회의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배현진 의원도 “중진 의원들의 의견이지 우리가 ‘중진의 힘’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친한계는 원내대표 후보 구인난을 겪기도 했다. 당초 친한계에서는 수도권 3선인 김성원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김성원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친한계가 권 의원의 대항마를 찾다가 계파색이 옅고 영남권 중진인 김태호 의원을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호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친한계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친한계 인사는 “지금 같은 시국에 친윤계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건 막아야 한다”며 “김태호 의원이 영남권 중진인 만큼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동훈 체제’ 붕괴 사나리오 퍼져
김민전 최고위원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했던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과 한 대표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당사에 전달하려는 보수 유튜버와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보수 유튜버가 징계요청서를 접수시키는 방법을 묻자 김 최고위원은 “본회의 중이어서. 끝나고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친한계 지도부 인사는 “원내대표를 친윤계로 세워놓고, 당내 쿠데타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