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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령관 “尹, 문 부수고 의원들 끄집어내라 지시”

입력 | 2024-12-11 03:00:00

계엄당시 비화폰 통화내용 폭로
“尹, 4일 0시 30분경 직접 전화”
“계엄 이틀전 미리 알아” 언급도




곽종근(왼쪽)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선호 국방부 차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 사령관. 2024.12.10. 뉴시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육군 중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비상계엄 이틀 전인 1일 이미 계엄 임무를 전달받았다고도 밝혔다. 당시 출동 표적엔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업체 ‘꽃’ 외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군 주요 지휘관들이 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이후 말을 맞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곽 사령관은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4일 0시 30∼40분경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가 왔다”며 “(윤 대통령이) 아직 (계엄 해제에 필요한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 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과의 두 번째 통화가 있었다고 처음 밝히면서도 내용 설명을 거부하다가 오후 국방위에서 공개했다.

이어 “하지만 707 특임단장 등 현장 지휘관들이 반대했고, 강제로 (문을)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치기 때문에 (출동 병력에) 들어가지 말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군 통수권자가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국회로 난입한 계엄군에게 폭력을 불사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저지하라고 직접 지휘했다는 것이다. 곽 사령관은 앞서 6일 민주당 김병주 의원 등과의 면담 땐 “작전 수행 도중 윤 대통령의 전화를 한 차례 받았던 기억이 있다”고만 했다.

곽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1일 이미 계엄 사실을 알았다고도 했다. 그는 1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전화로 국회와 선관위 3곳, 여론조사 ‘꽃’, 민주당사 등 6개 시설을 확보하고 경계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 곽 사령관은 앞서 6일 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선 “TV 뉴스를 보고 계엄 사태를 파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곽 사령관은 뒤늦게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도 진술하지 않았다”며 “관계자들이 이미 말을 맞춰 놓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사령관과 지휘관들이 주저하지 않았다면 곧장 유혈 사태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비상계엄이 치밀한 계획하에 준비된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다”라고 했다.




“계엄 이틀전 ‘민주당사-국회 등 6곳 확보하라’ 김용현 지시받아”


[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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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에 불려 나온 계엄군 지휘 장성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상현 제1공수특전여단장(왼쪽부터)이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를 받는 도중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곽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이날 증언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뉴스1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 내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 선포 직후인 4일 0시 30∼40분경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전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점이 확인된 것이다.

● 뒤늦게 말 바꾼 곽 사령관

곽 사령관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 번 전화가 왔으며, 707 특수임무단의 위치를 묻는 내용이었다”고 밝혀 왔다. 이날 두 번째 통화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쉬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답하던 그는 이날 저녁 뒤늦게 윤 대통령으로부터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계엄 이틀 전인 1일 미리 계엄 관련 임무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3곳, (더불어)민주당사,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등 6곳을 확보하는 것이었다”며 “임무는 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비상계엄 당일인 3일 밤 뉴스를 보고 알았다던 입장을 뒤늦게 번복한 것이다. 곽 사령관은 “이틀 전부터 알았으면서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를 안 했나”라는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의 질의엔 “설마 (진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을 안 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곽 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등 계엄 관련 핵심 사령관 4인이 계엄 선포를 준비 중인 사실을 미리 알았고, 관련 임무도 부여받았지만 “선포 이후 알았다”고 말을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다만 이날 현안질의에 출석한 이 사령관은 곽 사령관의 폭로 이후에도 “(계엄) 당일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 사령관도 “당일 오전 10∼11시 김 전 장관이 ‘해당 주 야간에 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니 1개 팀을 편성해 대기시켜라’란 지시를 해 대령 등 영관급 10명으로 팀을 꾸렸다”고 하면서도 계엄을 특정한 지시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 사령관은 검찰 수사를 이유로 이날 현안질의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그 역시 그동안 “당일에야 알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수방사 지하 구금 시설 등 사전 확인

이날 현안질의에선 국회의원 구금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처음 나왔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구금 시설 및 체포 관련 지시는 (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령관에게서 내가 직접 받았다”며 “B1 벙커(수방사 지하 전시지휘소)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B1 벙커는 방첩사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김 수사단장은 “우원식, 김명수, 한동훈, 이재명, 조국, 박찬대, 정청래, 김민석, 조해주, 이학영, 김민웅, 양정철, 김어준, 양경수 등 14명이 체포 및 구금 대상이 맞느냐”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대략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계엄 당시 경기 과천시 선관위 전산실에 부대원들을 보냈던 문 사령관은 “3일 오후 5시 김 전 장관이 ‘오늘 야간 9시 과천정부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란 지시를 했다”며 “(계엄 선포) 속보가 나오면 선관위로 이동해 전산실 위치를 확인하라는 임무도 받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언급한 지 2분 만인 오후 10시 31분 정보사 부대원들이 계엄군 병력 중 가장 먼저 선관위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10월 평양 무인기 사건도 이날 도마에 올랐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기획한 것 아니냐는 것. 무인기 운용 부대인 드론작전사령부 김용대 사령관은 “누구에게서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 받았냐”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의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 사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건 대북 군사작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군의 일관된 원칙에 따른 메시지로 군이 무인기를 보냈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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