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노벨문학상 시상식 현장… 한림원 종신위원, 한강 작품 세계 소개 스웨덴 국왕이 직접 메달-상장 수여… 한강, 시상식뒤 ‘블루홀’ 연회장으로 노벨상 수상자 11명 등 1300명 참여
10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24회 노벨 문학상 시상식장에 소설가 한강이 참석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는 이날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스톡홀름=뉴스1
10일(현지 시간) 오후 기자가 찾은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노벨상 시상식을 상징하는 ‘블루 카펫’이 깔린 무대 가운데 바닥에는 ‘THE NOBEL PRIZE’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식장 안에는 무대를 가득 채운 생화들이 내뿜는 은은한 꽃향기가 가득했다.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말년을 보낸 이탈리아 북서부 산레모에서 해마다 시상식을 위해 보내오는 꽃들이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식장으로 들어왔다. 앞서 스웨덴에서 열린 기자회견, 강연 등에서 검은색 옷을 입었던 한강은 이날도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들어왔다.
한강을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들이 입장하자,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 등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수상자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시한다는 의미다. 수상자들은 노벨의 정신을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무대 한가운데 놓인 노벨 동상 앞을 지나 각자 자리에 앉았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아시아 여성 최초다. 아시아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도 됐다. 앞서 10월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수상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시상식장 앞에는 수상을 축하하는 전라남도와 장흥군의 현수막이 내걸린 가운데, 태극기를 든 한국인들이 여럿 보였다. 한강은 시상식이 끝난 뒤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오후 7시부터 열린 축하 연회에 참석했다. 이날 연회에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 11명과 왕실 관계자 등 1300명이 참여했다.
한강은 시상식에 앞서 8일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생전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6일 기자회견에서 “오늘 이후로 스톡홀름을 더 즐기고 싶다”며 린드그렌의 아파트와 스웨덴 국립도서관을 가 보고 싶은 곳으로 꼽았는데, 그중 린드그렌의 자택을 실제 찾은 것.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협회에 따르면 한강은 린드그렌의 아파트를 둘러보고, 린드그렌의 증손자를 만났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와 ‘엄지 소년 닐스’, ‘미오, 나의 미오’ 등을 쓴 세계적인 작가다. 아동인권 개선에도 힘써 스웨덴 아동체벌 금지법 제정에 기여하기도 했다. 아파트는 린드그렌이 살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린드그렌은 1941년부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 넘게 이곳에서 살며 집필 작업을 이어갔다.
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