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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대장 암에 ‘연료’ 공급 + 면역체계 방해

입력 | 2024-12-11 10:07: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정크푸드(junk food)로도 불리는 초가공식품은 오랫동안 암, 심장병, 당뇨병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급증한 50세 이하 ‘젊은 대장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초가공식품이 대장의 암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초가공식품이 종양에 연료를 공급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 세포와 싸우는 자연 치유 과정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확인 된 것이다.

소화기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장(Gut) 온라인’에 연구결과를 발표한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USF) 의과대학과 부속 병원인 템파 종합병원(TGH) 암 연구소의 학자들은 템파 종합병원 대장암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162개의 종양 샘플과 그 주변 조직을 조사한 후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티모시 예이트만(Timothy Yeatman) USF 의대 외과 교수 겸 TGH 암 연구소 전이 연구·혁신 센터 부소장은 “환자가 건강하지 않은 식품을 섭취하면 신체의 염증 수준이 증가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염증이 대장 종양 자체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암은 마치 치유되지 않은 만성 상처와 같다. 만약 매일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면 염증과 면역 체계 작동 억제로 인해 신체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어 결국 암의 성장을 막을 수 없다”라고 연구 보도 자료에서 설명했다.

대장암은 폐암에 이어 전 세계 암 사망 원인 2위다. 특히 젊은 층의 발병률이 급증해 1990년대 초반 이래 거의 두 배 늘었다. 우리나라가 20~30대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로 밝혀져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건강하지 않은 식품 섭취로 인한 염증이 대장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대장암 환자들의 종양에는 효소가 음식을 분해할 때 생성하는 미세 지방 화합물인 지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종양을 치유하기보다는 염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았다. 이러한 지질은 일반적으로 아보카도나 올리브유와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비(非)가공 식품에 들어있는 건강한 지질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 결과 면역 체계의 불균형이 종양의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초가공식품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저가의 씨앗 오일(대두유, 해바라기유, 카놀라유 등)을 주로 사용하며, 당분과 염분 함량이 높아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초가공식품은 가정에서 요리할 수 없는 제조 방법과 화학적 첨가제(방부제, 곰팡이 방지제, 인공 색소 등)를 사용하여 산업적으로 생산한 식품을 말한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감자튀김,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치킨 너겟, 가당 음료(탄산음료·과일주스 등), 공장 생산 포장 빵, 햄버거 등이 이에 속한다.

이번 연구는 환자의 식단 균형을 회복하여 대장암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 ‘해결 의학’(Resolution Medicine)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간의 면역 체계는 매우 강력하며, 건강과 웰빙을 위해 올바르게 활용한다면 종양 미세 환경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에서 유래한 염증성 지질에 의해 억제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예이트만 박사는 말했다.

‘해결 의학은’은 오메가-3 지방신과 생선 기름(어유)에서 유래한 염증해소촉진전달자(Specialized Pro-resolving Mediators·SPM)가 풍부한 건강하고 가공하지 않은 음식을 섭취해 체내 염증을 줄이고 신체의 치유 기제(메커니즘)를 향상 시키며, 균형 잡힌 수면과 함께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공하지 않은 건강한 음식에는 게, 연어, 할리벗(대서양 가자미), 시금치, 방울양배추, 해초, 미역, 방목하여 키운 육류 등이 있다.

“이 접근법은 약물 치료를 넘어 자연 치유 과정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암 치료를 혁신할 잠재력을 지나고 있다. 이는 만성 염증을 해결하고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예이트만 박사는 말했다.

예이트만 박사는 “초가공식품을 줄이고 자연 식품 섭취를 늘리는 것은 만성 염증 문제를 해결하고 질병이 시작되기 전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면서 “채소를 더 많이 섭취하고, 곡물 비중을 줄이며, 들판에서 풀을 먹고 자란 육류와 생선을 식탁에 더 자주 올려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을 우선 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에는 기름진 생선(고등어, 꽁치, 연어, 정어리, 참치 등)과 새우, 게,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등 해산물과 아마씨, 치아씨, 호두, 대두, 들기름, 견과류 같은 식물성이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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