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비올라 개인전 ‘Moving stillness’
빌 비올라의 ‘반사하는 연못’ 사진 뉴시스
20세기부터 영상 매체를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변형한 예술 작품을 선보였던 빌 비올라(1951~2024)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3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1, K3에서 개막한 빌 비올라 개인전 ‘Moving Stillness’는 7월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다. 비올라가 1970년대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해 만든 작품을 포함해 총 7점을 만날 수 있다.
K1 전시장 로비에 가면 비올라가 대학을 졸업하고 만든 작품 ‘정보’(Information)가 보인다. 이 작품은 비디오가 망가졌을 때 등장하는 일그러진 화면을 추상화처럼 일부러 만들어내 하나의 영상으로 구성했다. 백남준이 자석을 이용해 텔레비전 화면을 일그러뜨린 것과 비슷하다. 영상 매체가 너무나 친숙해진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지만, 이 작품은 1973년에 제작됐다.
빌 비올라의 ‘정보’(Information) 스틸. 국제갤러리 제공
빌 비올라의 ‘반사하는 연못’ 사진 뉴시스
“빠진 즉시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무중력 상태에서 평생 잊지 못할 시각적인 경험을 했다. 푸른색, 빛, 그리고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가 천국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촌이 나를 물에서 꺼내주었다.”
영상에서 남자가 허공에 멈춰있는 장면은 이때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전시에서는 이 밖에 비올라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인터벌’(Interval)과 수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 흔들리는 이미지를 표현한 ‘정지 속의 움직임: 레이니어산 1979’(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도 감상할 수 있다. 후기 비올라의 작품은 종교적인 내용을 담거나, 극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데 이번 전시는 초기의 실험적인 형태가 주를 이룬다. 전시는 내년 1월 26일까지.
빌 비올라의 ‘정지 속의 움직임: 레이니어산 1979’ 국제갤러리 제공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