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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4대 석학’ 얀 르쿤 “진정한 혁명 아직 안와”

입력 | 2024-12-11 17:24:00


얀 르쿤 뉴욕대(NYU)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2024 K-사이언스 & 테크놀로지 글로벌 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진정한 인공지능(AI) 혁명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5년, 10년이 걸릴 수 있다. 여전히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하고 특히 오픈소스 기반 글로벌 협력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AI 4대 석학으로 꼽히는 얀 르쿤 뉴욕대(NYU)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2024 K-사이언스 & 테크놀로지 글로벌 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르쿤 교수는 정부가 한미 AI 연구개발(R&D)의 교두보를 만들기 위해 세운 NYU 내 ‘글로벌 AI 프런티어랩’ 공동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 빅테크 메타의 AI최고과학자이기도 한 르쿤 교수는 “지금 쓰고 있는 메타의 스마트안경으로 여러분의 사진을 찍을 테니 웃어달라”며 직접 안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는 현재의 AI 기술의 한계를 짚으며 “식사 후 식탁을 치우는 등 10살 짜리 아이도 할 수 있는 일조차 못하는 수준”이라며 “고양이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수준보다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AI패러다임으로 ‘목표 중심적 AI(Objective-Driven AI)’를 제시했다. AI가 실제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오려면 문자 데이터를 학습하는 기존 거대언어모델(LLM) 수준에서 신생아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배우는 방식처럼 영상을 기반으로 복잡한 현실세계 정보들을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용되는 ‘AGI(일반인공지능)’ 개념에 대한 반대 의견도 피력했다. 르쿤 교수는 “인간의 지능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달성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AGI(일반인공지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AMI(고도화된기계지능)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AI 진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는 오픈소스 기반 글로벌 협력을 꼽았다. 르쿤 교수는 “AI 혁신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협력으로만 이뤄낼 수 있다”며 “전 세계 정부와 과학자들이 협력해 AI 규제가 오픈소스 배포를 어렵게 하는 규제법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포럼에는 73개 국가 및 4개 국제기구의 주한외교관 108명을 비롯해 정부 인사, 국제공동연구 참여연구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발표내용을 바탕으로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세부 방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주요 성과들이 글로벌 공동연구를 통해 창출되면서 과학기술의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글로벌 과학기술 R&D를 강화해 씨앗을 뿌렸고 내년에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11일 ‘2024 K-사이언스 & 테크놀로지 글로벌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한미 양국은 AI 한미 연구동맹 뿐 아니라 첨단 바이오 분야 한미 국제공동연구인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국은 △합성생물학 △감염병 백신 △유전자·세포 치료제 △디지털 헬스데이터 분석 활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최초 기술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유망 의료기술 조기 확보를 위해 암과 희귀난치병, 유전질환 등 분야에서 미국 의료계와 공동연구 14개 과제에 착수했다. 하버드, MIT, 스탠포드 등 미국 연구기관과 첨단 바이오 분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현지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 현지 거점센터도 운영 중이다. 

글로벌산업기술협력센터를 통해선 100대 원천기술 확보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미국 존스홉킨스대(바이오) △MIT(로봇 AI 디스플레이) △예일대(반도체 로봇AI) △퍼듀대(배터리, 모빌리티) △조지아텍(반도체) △독일 프라운호퍼대(모빌리티, 반도체, 배터리) 등 총 7개국 47개 기관이 우리 기업 및 학계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성과 발표에 나선 한태영 프라운호퍼 산업기술협력센터장은 “우리나라는 배터리 강국이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건식 배터리로 나아갈 경우 미국과 중국이 만만치 않다”며 “다행스럽게도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세계적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MIT와 협업 중인 김재현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례 발표에서 중국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한국과 미국 등 각국 원천기술을 합치는 방법 뿐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정체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연구원들을 MIT에 파견해 3년간 기술교류를 할 예정이며 서로의 원천기술을 합쳐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