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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승련]윤석열 대통령 ‘가짜 출근 쇼’까지 했나

입력 | 2024-12-11 23:21:00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언론은 대통령의 출근 시간을 추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을 나선 시각은 취임 첫 3일 동안 오전 8시 31분, 9시 12분, 9시 55분이었다. “공무원 기준으론 지각”이란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24시간 근무한다”고 반박했고, 곧 정권 초기의 대형 이슈들에 묻혀 버렸다. 참모의 말엔 귀 닫은 채 회의시간을 독점하고, 잦은 음주 풍문 속에 국정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증언이 이어지는 오늘의 ‘탄핵 전야’에 돌이켜볼 때,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한 언론이 집권 후반기를 맞은 11월 한 달의 출근 시간을 관찰했다. 11일 보도에 따르면 주말과 남미 순방을 뺀 18일 가운데 대통령이 오전 9시 이전에 용산 집무실에 도착한 건 이틀뿐이었다. 이래서야 국정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업무 기강이 제대로 섰을까 싶다. 정작 더 큰 문제는 경호처가 언제부턴가 ‘가짜 출근차’를 동원한 듯한 장면이다.

▷언론의 지난달 25일 취재를 보자. 그날 오전 한남동 관저에서 검은색 고급 승용차 3, 4대와 승합차 3∼5대로 구성된 차량군이 2차례 빠져나왔다. 경찰 오토바이 경호가 뒤따랐다. 각각 오전 8시 52분과 9시 42분이었고, 도착지는 용산 대통령실이었다고 한다. 차량 규모로 볼 때 대통령과 수행원, 경호팀이 출근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이런 일은 29일에도, 12월 3일에도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2번 출근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달랐던 것은 경찰의 태도였다. 첫째 행렬을 맞을 때 경찰은 호루라기로 주변 차량을 통제했고, 길목에 선 경찰은 서로 잡담했다는 것이다. 둘째 행렬 땐 사복 경찰이 추가로 배치됐고, ‘표준 교통신호제어기’ 뚜껑을 열어놓고 언제든 신호등 변동을 할 태세였다. 경찰청 폐쇄회로(CC)TV도 첫 번째와 달리 두 번째엔 차량들이 한남동 관저를 나설 때 카메라가 차량에 집중되고 화면은 확대됐다. 이동할 때는 카메라가 차량을 추적했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 내부에서는 요인 경호 때 위장용으로 빈 차를 내보내는 ‘공차’ 방식을 늦은 출근에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헌법적 비상계엄과 정치인 체포령까지 불거진 마당에 이런 일은 사소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취재가 사실이라면 사안의 크기는 달라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언론의 출근 시간 추적이 부담스럽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든가 출근 시간을 앞당기면 된다. 쉽고 삿된 길을 택해서 들어간 시간과 인력 낭비는 어쩔 것인가. 첫 번째 빈 차 행렬의 운전자와 탑승자들은 ‘위장용 출근 쇼’에 얼마나 어처구니없어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경호처가 “경호 보안상 이유”라며 입을 닫을 게 아니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