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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망가뜨리고… 빌 비올라의 ‘비디오 아트’

입력 | 2024-12-12 03:00:00

비올라, 올해 작고 뒤 국내 첫 전시
실험적 영상으로 시간-인식 재조명
서울 국제갤러리서 내년 1월까지




20세기부터 영상 매체를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변형한 예술 작품을 선보였던 빌 비올라(1951∼2024)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3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1, K3에서 개막한 빌 비올라 개인전 ‘Moving Stillness’는 7월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다.

빌 비올라의 ‘정보’(Information) 스틸. 뉴시스

K1 전시장 로비에 가면 비올라가 대학을 졸업하고 만든 작품 ‘정보’(Information)가 보인다. 이 작품은 비디오가 망가졌을 때 등장하는 일그러진 화면을 추상화처럼 일부러 만들어내 하나의 영상으로 구성했다. 백남준이 자석을 이용해 텔레비전 화면을 일그러뜨린 것과 비슷하다. 영상 매체가 너무나 친숙해진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지만, 이 작품은 1973년에 제작됐다.

‘반사하는 연못’ 사진. 국제갤러리 제공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 영상을 멈추고 늘어뜨리는 등의 방식을 이용해 작가는 시간과 인식의 의미를 돌아본다. K1 전시장 2층의 ‘반사하는 연못’(The Reflecting Pool, 1977-9/1997)은 이런 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비올라의 초기 작품이다. 이 영상은 비올라가 여섯 살 때 물에 빠져 익사할 뻔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우선 영상에서는 한 남자(비올라)가 숲에서 등장해 연못으로 걸어가 점프한다. 남자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멈추고, 아래의 연못에는 파동이 인다. 공중의 남자는 서서히 사라지고 7분 뒤 물에 젖은 비올라가 나타나 걸어서 숲으로 사라진다. 즉 남자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만 삭제된 형태다.

비올라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물에 빠졌을 때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빠진 즉시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무중력 상태에서 평생 잊지 못할 시각적인 경험을 했다. 푸른색, 빛, 그리고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가 천국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촌이 나를 물에서 꺼내주었다.”

영상에서 남자가 허공에 멈춰 있는 장면은 이때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시는 초기의 실험적인 형태가 주를 이룬다. 내년 1월 26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