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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살 못 피해도, ‘두 번째 화살’ 맞지 않는 슬기로움 절실”

입력 | 2024-12-12 03:00:00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누구나 살다 보면 나쁜 일 겪기 마련… 그렇다고 싸우면 ‘두 번째 화살’ 맞고
화가 또 화 불러 ‘세 번째 화살’ 초래… 정치인-국민 모두 흥분 가라앉혀야
스스로 마음 다스리는 ‘선명상’ 도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슬기가 필요할 때”라며 “첫 번째 화살은 어쩔 수 없이 맞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는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우리 모두,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는 슬기로움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10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 말부터 했다. 이날 인터뷰는 선명상 확산 등 올 한 해 조계종의 활동을 정리하고,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하지만 진우 스님은 “워낙 상황이 혼란스럽다 보니, 지금처럼 가다가는 자칫 화가 다시 화를 부르는 상황을 낳을 수 있어 먼저 말을 꺼냈다”라며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만….

“누구나 살다 보면 안 좋은 일, 나쁜 일을 겪습니다. 이건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데, 이게 첫 번째 화살이지요. 그런데 첫 번째 화살을 맞고 화가 나서, 흥분해서 막 따지고, 싸우고 하다 보면 그로 인해 또 두 번째 화살을 맞게 됩니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세 번째, 네 번째 화살도 맞겠지요.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그로 인해 다른 화살을 또 맞지 않도록 모두가 정말 슬기로워져야 할 때지요. 정치권, 사회 지도층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전화, 문자 항의를 넘어 집까지 찾아가고, 살해 운운하며 협박하는 게 두 번째 화살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이렇게 서로 치고받으며 갈등이 증폭되면 그로 인해 또 세 번째 화살을 맞겠지요.”

―올 한 해 종단 차원에서 선명상 확산에 전력을 기울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선명상이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선명상을 개발, 보급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종단이나 불교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행복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서였으니까요.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말 천재지변처럼 갑자기 발생한 일을 놓고 화를 내고, 따지면 자신만 더 힘들어지지요. 선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고 살피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겠지요.”

―내년에는 선명상중앙지원센터도 건립한다고요.

“서울 성북구 안암동 8000평 부지에 착공할 예정인데, 국내 선명상 허브로 만들려고 합니다. 조계종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명상센터를 그물망처럼 연결해서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 공급하고 총괄하는 역할이지요. 올해 했던 선명상 대회 등 행사는 내년에도 계속되고요.”

―9월 미국 예일대에서 선명상을 강연했는데, 미국 학생들은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던가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게 비슷해서…. 한 학생이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옳고 그름을 구분해야 하느냐’라고 묻더군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범위 내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지만, 만약 불분명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하나를 선택하고 즉시 잊어버리라’라고 해줬습니다.”

―이해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잘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하하.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어떤 선택을 하든 그로 인한 행복, 괴로움 등 인과적 결과의 총량은 같아요. 단지 어떤 것이 먼저 나타나고, 어떤 것이 늦게 나타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어떤 결정을 할 때 고민하지 말고,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할 필요도 없습니다.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되는 것뿐이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