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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軍, 러 해군기지 인근 시리아 항구 공습… ‘더 개입 말라’ 경고

입력 | 2024-12-12 03:00:00

이틀간 공군기지 등 480차례 공습… 이軍 “시리아 군사력 80% 파괴”
‘부패 혐의’로 법정에 선 네타냐후… “하루 18시간 일하며 책상서 점심”
군사공세 강화하며 보수 결집 나서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틈타 이스라엘이 시리아 전역에 대한 군사 공세를 연일 강화하고 있다. 8일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시리아군 기지를 점령했고, 9일에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약 20km 떨어진 까타나에 지상군을 진격시켰다. 같은 날 시리아 서부의 요충지인 라타키아항과 알바이다항에도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 알바이다가 속한 타르투스주(州)에는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 해군 기지가 존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세는 러시아로 도피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 시절 보유했던 생화학무기가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단체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에도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기소됐으며 10일에는 역시 현직 총리 최초로 법정 출석까지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생명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격퇴에 이어 시리아 군사공세 강화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고 있다.

● 이스라엘, 48시간 동안 480회 공습

10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48시간 동안 전투기와 지상작전 등으로 시리아 전역을 약 480회 공습했다. 다마스쿠스의 공군기지, 공항, 알바이다항과 라타키아항 등이 주요 목표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통해 “시리아의 군사 역량 중 80%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이스라엘과 가까운) 시리아 남부에 테러 위협에서 안전한 ‘무균보안구역(sterile security area)’을 조성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IS 같은 극단주의 테러단체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새롭게 점령한 골란고원 내 시리아 영토를 돌려주지 않을 뜻을 비쳤다. 그는 9일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며 영토 확장 야욕을 노골화했다. 10일에는 “시리아의 새 정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지만 새 정권이 (아사드 정권처럼) 이란과 관계를 맺으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골란고원의 약 80%를 장악해 지금까지 실효지배하고 있다. 8일에는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40km 떨어진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의 시리아군 기지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군사 작전을 골란고원과 시리아 남부를 일컫는 지명 ‘바샨(Bashan)’을 딴 ‘바샨의 화살’로 명명했다.

● 네타냐후, 피고인으로 첫 법원 출석

여유만만한 네타냐후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이스라엘 총리 최초로 형사 기소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0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형사 재판에 출석했다. 그는 제기된 각종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연일 시리아 전역에 군사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재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텔아비브=AP 뉴시스

두 번째 총리 재직 시절인 2019년 11월 사기, 배임, 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총리 최초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 법정에 출석했다. 이 재판은 2020년 5월 시작됐지만 그의 두 번째 실각과 세 번째 취임,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등으로 언제 1심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는 약 5시간 동안 직접 변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친한 사업가들로부터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준 사실이 없다면서 “하루에 17∼18시간씩 일하며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10일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아사드 전 대통령을 러시아로 데려왔다”고 밝혔다. 반대파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등으로 ‘중동의 도살자’로 불리는 아사드 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도록 인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는 ICC 협약 당사국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또한 11일 시리아 반군의 승리를 두고 “미국과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공동 음모”라고 주장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