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49세 사이의 약 8억 4600만 명이 생식기 헤르페스(genital herpes·음부포진) 감염증을 앓고 있으며, 이는 이 연령대의 전 세계 인구 5명 중 1명에 해당한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각) 밝혔다.
매초마다 최소 1명이 새로운 생식기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연간 약 4200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고 WHO는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증상이 거의 없거나 전혀 나타나지 않아 이 바이러스는 종종 ‘침묵의 건강문제’로 남아 있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헤르페스 심플렉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1형(HSV-1)과 헤르페스 심플렉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2형(HSV-2)이다.
HSV-2는 주로 성적 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전체 HSV 증상 발현의 90%를 차지한다. 생식기 주변에 물집이나 궤양이 생길 수 있다.
HSV-1은 대개 구강접촉을 통해 전파되어 구순포진(입술포진)을 유발한다.
‘성병감염 저널’(journal 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약 5억 2000만 명이 HSV-2에 감염되었다. HSV-2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의 원인 바이러스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위험을 3배 높인다.
헤르페스 등의 감염 위험이 있으니 3개월 미만 신생아에게 뽀뽀를 해선 안 된다는 영국 의사의 경고 영상이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몇몇 국가에서 최근 HSV-1 전파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어린 시절 구강 감염이 감소하는 대신 성이기 생식기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
국가 건강정보포탈 캡처.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생식기 헤르페스가 HIV 감염 위험을 크게 증가시켜 공중보건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또한 임신 말기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신생아 헤르페스처럼 드물지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신생아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염, 발작, 척추 손상, 시력 손상, 영구적인 뇌손상 등의 위험에 노출 된다.
헤르페스를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법만 있다.
WHO는 전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성관계 시 콘돔을 착용하고, 증세가 나타날 땐 성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예방을 위한 백신과 표적 치료제 개발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