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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언어 연결된다는 믿음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입력 | 2024-12-12 10:49:00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어판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12/뉴스1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설가 한강(54)은 11일(현지 시간)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글 쓰는 일의 ‘희망’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 꼭 사회적인 일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앞서 수상 강연에서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견해를 밝혔었다.

자신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이 소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 이 책이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11/뉴스1

어떤 작품을 먼저 읽으면 좋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의 어린이 테마파크인 ‘유니바켄’의 평생 무료 이용권을 받은 사실도 소개했다. 유니바켄은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과 캐릭터를 다룬 박물관 겸 테마파크. 그는 “딱 세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그곳을 추천받아 갔다. 그 얘기를 유니바켄 측에서 들었는지 내게 평생 무료 이용권으로 주었다.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물이었다“고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