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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尹, 12·12 45주년에 계엄 옹호…5일전과 180도 달라져”

입력 | 2024-12-12 16:59:00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12 뉴시스



“한국에서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지 45년이 되는 날,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라는 자신의 ‘충격적 결정(shock decision)’을 옹호하며 분노했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을 발표하자 외신들은 이를 긴급 속보로 타전하며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앞다퉈 보도했다. 매체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발언을 제목으로 앞세우며 윤 대통령이 자신의 계엄 선언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또 이날 담화로 인해 14일 있을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 “7일 ‘2분 사과’와 180도 태도 돌변”

외신들은 특히 이날 담화가 1차 탄핵안 표결 직전인 7일에 내놓은 ‘2분 사과’와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WP는 “30분간 이어진 담화는 ‘불안과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짧게 사과하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AP통신도 “임기 관련 문제도 당에 일임하겠다던 모습과는 180도 돌변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주장한 계엄 선포 이유들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최근 군 장교들의 증언과 모순된다”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참패한 4월 총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만 믿고 선관위의 컴퓨터 서버를 압수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일본 NHK방송과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등도 윤 대통령 담화를 속보로 전하며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도 “(담화는) 반성이 아니라 계엄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발언을 온라인 속보로 전했다.

이번 담화가 윤 대통령의 탄핵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와 정당 등 국정 책임자가 모호한 상태에서 혼란을 겪었던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며칠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NYT는 “담화 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친(親)한’ 대 ‘친윤’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탄핵 가결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장기간 국정 마비가 불가피해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4위 경제대국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은 최대 6개월 가까이 정치적 공백 상태에 놓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 美 국방부 “북한, 현 상황 오판 말길”

미 행정부는 한국의 현 상황은 “민주적 정치 과정”이라며 신중하게 말을 아끼면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견제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11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의 혼란으로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행위자도 이를 악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싱 부대변인은 또 “현재 한국에선 민주적 정치 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건 한국과 일본, 다른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협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협력과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계엄 사태로 방한 일정을 연기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일본 요코타 미군 기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품과 무기를 제공하면 러시아도 어떤 형태로든 보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확실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담화 뒤에 있은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중국을 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로 꼽은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며 “한국이 내정 문제를 중국과 연관짓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