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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ing] 퓨잇 “이제 전 세계 통신 음영지역에서도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습니다”

입력 | 2024-12-12 17:32:00


미국 서부의 광활한 사막 도로 한 가운데서 자동차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휴대폰 통신이 가능한 곳이라면 도움 요청을 전송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통신 음영지역의 사막이나 산악이라면 생명에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통신 음영지역에서는 위성전화를 사용해야 하는데, 전화기가 아닌 자동차 자체가 위성통신에 연결돼 있다면 자동차 사고 시 운전자 대신 신속한 상황 전달과 소통이 가능하다. 최근 자동차용 비상/응급 메시지 통신 서비스인 ‘e콜(e-call, emergency call)’ 시스템이 상용화된 배경이다.

자동차용 e콜 시스템은 국내는 물론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에서는 차량 내 기본 탑재가 의무화되는 추세며, 보쉬나 온스타, 도이치텔레콤/퀄컴 등의 해외 기업과 블루링크 같은 국내 기업이 이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요 기능과 작동 방식은 대개 비슷한데, 자동차 사고나 차체 충격 등이 발생하면 이를 감지해 차량 위치와 사고 정보, 구조 요청 등이 즉시 지원/구조센터에 전달된다. 앞서 언급한 모바일/이동통신 음영지역이라면 위성통신을 활용할 수 있다. ‘위성통신’ 기반의 자동차용 응급 메시징 솔루션. 국내 스타트업 ‘퓨잇(FuIT)’이 전 세계 유일하게 개발, 보유하고 있다. 퓨잇 박기철 CTO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본다.

박기철 퓨잇 CTO / 출처=퓨잇


퓨잇은 어떤 스타트업인가?

간단하게, 모빌리티 안전 솔루션 전문 업체다. 2022년 설립되어 초기에는 음성 데이터, 비전 데이터, 라이프로그 데이터 등의 생체 기반 데이터 패턴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2년 동안 인체행동 패턴 분석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분야 개발 실적으로 토대로,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선박 내 선원들의 위치나 사고 유무 등을 파악/모니터링하는 해상 선원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확장해서 가정 내 노년층 또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일상 안전을 지키는 개인 안전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후 인공위성 기술을 활용한 모빌리티 안전 서비스까지 기획, 개발하게 됐고, 인공위성 통신 기반의 차량용 긴급 구호 메시지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퓨잇은 모빌리티 안전 분야에 몰입하고 있다.

출처=퓨잇


기존의 차량용 메시지 시스템과 퓨잇의 그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산 자동차에도 차량용 메시지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적용돼 있다. 이들 시스템은 모두 지상 통신망을 기반으로 연결되니 터널 같은 음영 지역에서는 통신이 끊길 수 있다. 특히 천재지변으로 지상 통신망이 단절된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반면 퓨잇의 통신 메시지 시스템은 위성 통신 기반이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신호가 ‘터진다’. 이에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시스템이 동작하는 기본 원리가 궁금하다.

복잡하지 않다. 만약 사막 한 가운데처럼 지상 통신망이 연결되지 않는 곳에서 자동차 사고나 고장이 난다면, 자동차 내부 통신 모듈이 위성을 통해 구호/구조 메시지를 전송한다. 이때 차량 내외부 카메라가 차량과 운전자의 상태를 촬영한 후, 이 사진을 인공지능 기술이 종합 분석해 위험도/긴급도를 판단한 뒤 구호 센터 등에 즉시 전송함으로써, 상황에 적합한 조치를 취하게 한다.

미국의 지상 통신망 커버리지 / 출처=보스턴컨설팅그룹


스타트업 같은 소기업도 전 세계 인공위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어떤 절차로 지구 밖의 인공위성에 연결되나?
국내 GPS나 내비게이션 제조사도 이미 오래 전부터 전 세계 위성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고, 위성 운영 사업을 제공하는 사업자도 많이 있다. 스타링크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SES, 인텔셋(Intelsat), 인마셋(Inmarsat) 등의 위성기반 통신 서비스 제공사가 있다. 퓨잇은 이들 기업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퓨잇이 ‘세계 유일, 세계 최초’의 위성기반 차량 메시징 솔루션을 개발했다. 사막이나 산악 등 음영 지역이 많은 미국 같은 나라라면 진작에 개발됐을 듯한데 그동안 왜 없었는가?

물론 이전에도 차량 내 위성 통신 긴급 메시지 전송 기능은 일부 존재하긴 했다. 또한 (한국은 이용 불가하지만) 아이폰의 ‘위성 연결 서비스’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퓨잇처럼 차량과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해 인공지능 기술로 위험도를 판단하고 구호 메시지를 전송하는 차량 통합 시스템은 우리가 전 세계에서 처음 완성했다.

전 세계 위성 통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건 오래 전이지만, 우리 같은 민간 기업이 (특히 차량 탑재용) 위성 기반의 메시징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 시기는 비교적 최근이다. 누구든 어디서든 개발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가 먼저 특허를 등록하고 개발도 완료한 것이다. 현재는 자동차 대상의 시스템이지만, 전 세계 망망대해를 운행하는 선박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말 대로 특히 선박에 적용되면 해상 사고 시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기술의 기본은 차량용 안전 메시지 전송이지만, 잠재적인 시장 확장성도 있을 듯하다.

현재 국내 한 대기업과 협업하고 있는, 우회 경로 검색 기능이 있다. 이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이 타겟인데, 차량의 이동 경로 안에 재난(지진, 산사태, 화재 등)이 발생하면 위성이 그 인근(음영 지역) 영상을 촬영해 분석하고 우회 경로를 찾아 제안하는 기술이다. 향후 위성 통신의 데이터 전송 대역폭이 늘어난다면, 우회 경로 정보 외에 다양한 형태의 안전 또는 정보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게 된다.

퓨잇의 위성 기반 인공지능 e콜 시스템 개요 / 출처=퓨잇


현재 얼마나 개발됐고 정식 상용화는 언제 가능하리라 예상하나?

2년 동안 개발에 집중하면서 2024년 올해 어느 정도 완료하여, 국내 대기업 등과 실증사업(PoC)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해외 시장 실증사업이 계획돼 있다. 이르면 2026년, 늦어도 2027년에는 상용 자동차에 적용된 우리의 메시징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CTO로서 퓨잇에서 어떤 분야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가?

지금의 위성 메시지 시스템 이전에는, 개인 생체 기반 데이터 분석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부터 시작해, 모바일 앱이든 인공지능 모델이든 모든 걸 혼자 개발했어야 했다. 현재는 내부 개발자가 늘어나서 개발 분담을 하고 있지만, 모든 전반적인 개발 단계에 관여하고 있다.

20대의 나이에도 발군의 개발 능력, 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 또는 기관 연구원으로 활약할 수 있었을 텐데, 스타트업 CTO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개발자라 해서 특정 개발에만 몰두하는 방식은 원치 않는다. 아이디어 발의부터 전체 기획, 프로세스 관리, 테스트/적용 등 모든 개발 단계에 나의 의사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퓨잇을 선택하게 이유다. 병역 특례 기업/기관에서 유사 기술을 개발하다가 올해 3월에 퓨잇에 합류했다.

위성 기술 스타트업의 CTO로서 현재 개발 단계에서 가장 난항을 겪는 부분은 무엇인가?

전 세계 위성 서비스가 민간에 개방된 것이 얼마되지 않아서, 관련 서비스나 개발 도구 등이 다른 개발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그러다 보니 위성 관련 서비스나 위성 이미지 분석 기술 등을 직접 기획, 개발해야 하는데, 퓨잇의 개발자 6명이 늘 고민하며 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퓨잇의 투자 유치 상황과 매출 규모가 궁금하다. 또는 국내외 기업 또는 기관 등과의 협업/협력 현황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소개해달라.

퓨잇은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 공공기관 등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 기관들과 NDA(비밀유지계약)를 체결하고 있어서 투자나 매출 관련 정보는 공개할 수가 없다.

퓨잇과 같은 위성 기술 관련 스타트업이 하나 둘 등장할 텐데, 개발자로서 이 분야로 진출하려 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또는 퓨잇은 어떤 개발자가 필요한가?
현재 퓨잇은 운전자 모니터링과 위성 이미지 분석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분야나 이미지/영상 분석 분야 등을 전공한 개발 인재가 필요하다. 위성 기술 개발 분야라면 퓨잇 외에도 시장 수요는 있으리라 예상하니, 개발자라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개발자로서 개인의 목표는 무엇인가?

회사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개발자로서 근본 목표지만, 이후 개발자가 늘어나거나 개발 영역이 넓어지면 ‘퓨잇만의 고유한 개발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싶다. 개발 본연의 업무에만 몰입하기 보다는, 퓨잇의 모든 개발자가 올바르게 개발에 임할 수 있고, 우리 사용자/고객이 오류나 문제없이 퓨잇의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을 개발 문화와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또는, 인공지능 전공자로서 LLM(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한 개인화 앱도 언젠가는 개발하고 싶다.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