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주년. 단순하게 숫자만 차례로 읊어도 한참 걸리는 단위다. 1년 365일을 110번이나 맞이했으니 내공이 상당할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마세라티가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110년 세월을 맞았다. 1914년 이탈리아 볼로냐의 작은 공방에서 경주차를 만들던 마세라티는 한 세기를 뛰어넘는 오랜 기간 동안 변화를 거듭하며 럭셔리와 퍼포먼스의 조화를 보여주는 자동차 명문으로 성장했다.
마세라티는 양산차를 찍어내는 브랜드가 아니다. 한정적이고 특별한 제품군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마세라티 110주년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마세라티는 여전히 최고의 영역에서 가장 극적인 ‘걸작’을 준비하고 있다.
마세라티 110주년 기념 행사가 1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별관에서 열렸다. 겉보기에 110주년을 자축하는 자리 치고는 매우 소박했다. 마세라티 연혁을 담은 전시물과 사진 액자, 전시된 차도 단 4대였다. 하지만 ‘마세라티’ 브랜드 이름 자체만으로 공간을 가득채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마세라티 팬 모임 ‘마세라티 클럽 오브 재팬’의 에코 신이치 회장도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마세라티 110주년 기념 책자를 직접 출간할 정도로 브랜드에 대해 깊은 애정을 쏟고 있다. 에코 신이치는 “31년 전 마세라티 차주모임을 결성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당시 소유했던 마세라티 비투르보는 우아한 디자인에 F1 기술이 접목된 트윈터보차저 엔진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어 “마세라티의 장점은 우아하면서 매우 특별하다”며 “강인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브랜드 역사를 기념하는 자리인 만큼 행사장에는 브랜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핵심 모델이 전시됐다. 다카유키 기무라 마세라티 코리아 총괄이 실제로 소유한 ‘기블리 2세대’, 마세라티 브랜드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단 180대 한정으로 선보인 ‘스파이더 90주년’ 등 마세라티를 대표하는 클래식카는 물론 현행 핵심 차종인 ‘뉴 그란카브리오’가 자리를 지켰다.
특히 마세라티의 출발점인 레이싱 DNA에서 비롯된 브랜드의 최신 모델 ‘GT2 스트라달레’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공개된 GT2 스트라달레는 마세라티가 한 세기 이상 쌓아온 모터스포츠에 대한 집념과 기술력을 뿌리에 둔 슈퍼 스포츠카다. 수많은 레이스의 역사로부터 비롯돼 극한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마세라티는 GT2 스트라달레를 설계하는 데 있어 ‘GT2’의 강력한 성능과 ‘MC20’이 성공적으로 로드카에 접목한 스포티한 정신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GT2 스트라달레는 레이싱 정신과 우아함을 완벽하게 융합한 모델로 거듭났다.
GT2 스트라달레는 MC20 및 ‘MC20 첼로’와 공유한 초경량 탄소 섬유 섀시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초경량 기술 소재를 활용해 공차중량이 MC20 대비 59kg 감소했다. 또한 전면부와 후면부를 재설계하고 실내 경량화를 거쳐 공기역학적 성능을 극대화, 시속 280km에서 500kg의 다운포스를 발휘한다. 인테리어는 스포티한 스티어링 휠, 낮은 시트 포지션 등을 적용해 마치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GT2의 레이싱 DNA를 계승한 만큼 주행 성능 또한 레이싱카를 닮았다. GT2 스트라달레는 마세라티가 직접 설계 및 제작한 V6 네튜노 엔진의 정점을 보여준다. 현행 모델 중 가장 강력한 네튜노 엔진을 갖춰 최고 출력 640ps 및 최대 토크 720Nm의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며, 시속 0-100km까지 2.8초만에 도달해 역대 후륜구동 차량 중 가장 폭발적인 순간 가속력을 뿜어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4km에 달한다. 또한 정교한 공기역학과 모터스포츠 유산을 계승한 디자인을 갖춰 어떤 주행 환경에서도 탁월한 핸들링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마세라티의 맞춤 제작 프로그램 ‘푸오리세리에’, 성능 향상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패키지 및 옵션 사양 등 다양한 맞춤형 옵션을 제공한다.
행사에 참석한 다카유키 기무라 마세라티 코리아 총괄은 “마세라티의 기원은 경주차에서 시작됐고, 레이싱에서의 유구한 역사와 성공적인 여정은 오늘날에도 고유의 DNA에 깊게 박혀 있다”며 “언제나 전통과 혁신을 결합해왔으며, 그 중에서도 GT2 스트라달레는 마세라티의 정통성과 현대의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세라티는 GT2 스트라달레와 같은 혁신작을 통해 한국 고객에게 마세라티만의 특별한 가치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마세라티를 선택하는 고객은 단순히 멋진 고성능 자동차 이상으로 110년 역사와 레이싱 헤리티지, 이탈리안 럭셔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앞으로도 고객이 마세라티와 함께 하는 매 순간 110년이라는 세월이 증명하는 최고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