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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피의자와 함께 등장한 경찰 – 경찰의 초상권, 보호해야 할까?[청계천 옆 사진관]

입력 | 2024-12-14 13:00:00

■ 백년사진 no. 91




1924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한 장의 사진.

앞줄에 숫자가 표시된 5명의 인물은 강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상해 임시정부에서 왔다”고 주장하며 부자들을 협박해 돈을 빼앗았다고 합니다. 


◇일망 타진된 강도단◇=전열이 강도단 = 김개룡(1) 림창성(2) 박황윤(3) 김은복(4) 김점동(5)/ 1924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 2면

뒷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들로 추정됩니다. 범인과 경찰이 함께 한 사진을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어색합니다. 오늘날에는 피의자의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리고, 경찰은 잘 등장하지도 않으니까요.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삼일간 오명 피체(三日間五名被捉)

지난달 11일, 고 양군 룡강면 창전리(高陽郡龍江面倉前里) 재산가 이덕규(李德圭)의 집에 침입했던 강도 사건을 비롯하여 창전리 전당포에 세 차례나 침입, 흉기를 들고 “상해 임시정부에서 왔다”고 위협하며 금품을 약탈한 사건이 발생한 이래, 용산경찰서는 주야로 각 방면에서 수색을 계속하였다.

피해지를 중심으로 틈 없이 수색한 끝에, 용산 관내 본적을 두고 수년 전부터 집을 떠나 행방불명이 된 강절도 전과범 김개룡(金開龍)(31)이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경찰은 그의 소재를 추적하던 중 지난 5일 광주군(廣州郡) 방면에 숨어 있는 흔적을 발견하였다. 이에 전(田), 민(閔), 화산(花山) 세 형사가 광주군으로 추격했으나, 김개룡이 이미 서울로 잠입한 뒤임을 확인하고 다시 추적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공범인 김참석(金昌錫)(27)을 6일 오후 7시, 종로 오정목 45번지의 음식점에서 전 형사가 체포하였다. 이어 엄중히 취조한 결과, 또 다른 공범인 박황윤(朴黃潤)(29)을 종로 오정목에서 체포하였다. 이후 형사들을 추가로 파견하여 7일 오전 6시, 부내 광희정(光熙町) 1정목의 술집에서 강도단의 단장 김개룡을 포함한 공범 김창성(金昌成), 김점동(金点童) 등 세 명을 검거하였다. 이 과정에서 활동사진과 같은 격투가 벌어졌으나 결국 전원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전후 범행 13건

용산, 북미창정(北米倉町), 뚝섬(纛島) 등을 포함하여 이들의 범행은 총 13건으로 판명되었다.

◇ 전과 4~5범 흉악 강도단

검거된 5명을 엄중히 취조한 결과, 이들은 모두 강절도 전과범으로 춘천형무소(春川刑務所)에서 출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임이 밝혀졌다. 또한 창전리(倉前里) 사건을 비롯하여 북미창정 전당포와 뚝섬 등지에서 총 13건의 범죄를 저질렀음을 자백하였다.

검거된 강도단원의 신상은 아래와 같다.

김은복(金銀福)(29): 전과 4범, 고양군 숭인면 안감리(高陽郡崇仁面安甘里).
박황윤(朴黃潤)(29): 전과 3범, 시흥군 신북면 동동리(始興郡新北面東洞里).
김개룡(金開龍)(31): 전과 5범, 고양군 룡강면 율도(高陽郡龍江面栗島).
김점동(金点童)(23): 전과 4범, 주소 미상.
임창성(林昌成)(38): 전과 4범, 경성부 광희정(京城府光熙町).

● 범죄자 공개 방식의 변화

100년 전에는 경찰과 피의자를 함께 사진에 담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흔했습니다. 경찰로서는 “우리가 일을 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홍보 방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2024년 상황을 보자면, 피의자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경찰은 카메라에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특히 경찰 수뇌부가 피의자와 함께 있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범죄자 공개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현재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었고, 경찰의 노출도 줄어든 상황입니다.

● 경찰은 초상권이 있을까?

100년 전 강도 피의자들을 전리품처럼 소개하며 포즈를 취하는 경찰 사진을 보면서 공직자의 초상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요즘 경찰들이라면 절대 저런 방식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2016년, 한 경찰대 학생이 저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피의자를 호송할 때 경찰의 얼굴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요?”

그 학생은 경찰의 얼굴이 노출되면 나중에 흉악범들에게 보복을 당할 위험이 있고, 사생활이 침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당시 저는 전화를 통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경찰까지 모자이크 처리하면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이 두려움을 보이면 안 되죠.” 그렇게 답을 드리긴 했지만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경찰로서 얼굴이 공개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그 업무를 사전에 조정하거나 배제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 초상권에 대한 내 생각

저는 당시 경찰의 초상권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경찰은 공적 인물이다.경찰은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적인 활동은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2. 공권력은 두려움을 보여선 안 된다.
범죄자들의 보복 우려를 이유로 경찰을 가리는 것은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

3. 문제가 있다면 사전 조치가 가능하다.
호송 업무가 부담스럽다면, 사전에 요청해 배제되는 것이 맞다.

경찰의 활동 모습은 단순히 범죄자를 호송하는 장면을 넘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100년 전 강도 사건 사진은 당시와 지금의 경찰 활동 방식을 비교해보게 합니다. 이 사진은 단순한 흑백 기록을 넘어 초상권 문제, 공권력의 역할, 언론의 윤리 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범죄자와 경찰 모두가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모습,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진을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댓글로 의견을 나눠주세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