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요리할 때 흔히 쓰는 식용유 특히 식물의 씨앗으로 만든 씨앗 기름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암 세포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50세 이하의 ‘젊은 대장암’ 환자가 급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초가공식품이 지목됐다. 대장암 환자들의 암 세포를 떼어내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이 종양에 연료를 공급함으로써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 세포와 싸우는 자연 치유 과정을 방해한다.
특히 초가공식품에 흔히 쓰는 저가의 씨앗 기름이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고 면역체계 작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 됐다. 대장암 환자들의 종양에는 효소가 음식을 분해할 때 생성하는 미세 지방 화합물인 지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종양을 치유하기보다는 염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았다. 염증이 대장암과 같은 특정 암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씨앗 기름이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은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목화씨유, 옥수수유, 카놀라유, 콩기름,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홍화씨유, 현미유를 ‘증오의 8가지 기름’이라고 지칭하며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자칭 ‘건강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름이 염증을 유발하고 면역 체계를 약화하며 만성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열과 빛에 노출되거나 장기 보관 시 씨앗 기름이 유해한 화합물로 분해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튀김처럼 고온에서 조리할 때 씨앗에 포함된 다불포화지방이 산화되어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화합물을 생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씨앗 기름이 여러 건강 문제, 무엇보다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심은 오메가-6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메가-6의 일종인 리놀레산은 신체의 염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부엌에 있는 씨앗 기름을 몽땅 버리고 비싸지만 건강에 이점이 있는 것으로 입증된 아보카도유나 올리브유로 바꿔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필요는 없다.
오메가-6 지방산은 건강한 지방으로, 인체가 생성할 수 없어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적당량의 오메가-6 섭취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메가-6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메가-3(생선, 견과류, 씨앗류에 풍부하게 함유)가 부족할 경우 균형이 깨져 체내 염증을 유발,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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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이 대장암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장(Gut) 온라인에 발표한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USF) 의과대학 교수인 티모시 예이트먼 박사는 NBC방송에서 운영하는 투데이 닷컴에 항염증제로 간주되는 오메가-3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해 오메가-6 지방산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영양 지침에서는 오메가-6와 오메가-3의 섭취 비율을 2:1에서 4:1 사이로 권장한다.
ABC뉴스에 따르면 씨앗 기름 섭취 관련 타당한 우려 몇 가지는 높은 온도로 가열할 때 유해 화학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는 점과 연관 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는 고열을 낼 수 있는 조리기구가 있는 상업용 식당이나 공장식 튀김기에서 대부분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곳은 기름 재사용도 빈번해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기름 재사용이 거의 없고 상대적으로 고온을 내기 어려운 가정에서는 씨앗 기름으로 요리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피해야 할 것은 씨앗 기름을 사용한 초가공식품이다. 공장에서 다량 생산한 포장빵과 감자칩 같은 과자류 등에 두루 쓰인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