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이성적 사회 향한 열망 논리 기반 추리소설 발전 동력 이젠 공정한 사회 향한 갈망이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서미애 지음/388쪽·1만3800원·엘릭시르
19세기 중후반 영국에서 코넌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스를 중심으로 추리소설이 발전한 이유에 대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식민지에서 착취한 자원을 바탕으로 과학과 기술을 발달시킨 유럽의 여러 나라는 태생적 권력과 부를 가진 귀족 중심 사회에서 자본이나 기술을 가진 중산층 중심 사회로 변화했다. 중산층은 경험과 증거로 증명할 수 있는 실증적인 논리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세습 귀족과 같은 전통적인 권력은 갖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증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추리를 펼치는 ‘탐정’으로 상징되는 실증적 이성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보호해 주기를 원했다. 이러한 갈망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방향성을 결정했고 중산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추리소설 장르가 성장했다는 것이다.
정보라 소설가
자기만 아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기의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론 윗대에서 물려준 권력과 자본에 걸맞은 ‘스펙’을 장착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스펙에 연연하기보다 자기의 얄팍한 기분에 따라 제멋대로 행동한다. 자본이나 권력이 태어날 때부터 거저 주어졌기 때문에, 그 이상 노력해서 자기 손으로 뭔가 개척할 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현대 한국 자본주의 사회 기득권층이 도달한 막다른 골목을 보여주는 셈이다. 막다른 골목답게 그 결말은 슬프고 답답할 뿐 전혀 시원하지 않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에서는 아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국문학을 공부한 서미애 작가는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순문학으로 등단했다. 그는 언젠가 온라인 대담에서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가리지 않는 한국 문학의 힘은 사회 비판과 자아 성찰”이라는 취지로 말한 적 있다. 추리소설은 그러한 사회 비판에 근본적으로 가장 적합한 장르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숨 가쁜 추리와 반전의 미학과 함께 상실의 의미에 대한 성찰까지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