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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영]“尹 현실이 아닌 걸 현실로 믿는 망상적 사고” 진단 논란

입력 | 2024-12-13 23:21:00


8년 전 탄핵 정국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건강과 심리 상태를 놓고 전문가들이 여러 분석을 제기한 적이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대통령의 언행을 설명해 보려는 시도였다. 이번에도 음모론에 빠져 실패할 게 뻔한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위기를 자초한 윤석열 대통령의 ‘범행 동기’에 대해 전문가들이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엄정 수사와 함께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대면 없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순 없다”는 전제하에 “현실이 아닌 걸 현실로 믿는 망상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권력자 중엔 자기애가 지나쳐 공감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있는데 윤 대통령이 그런 상태일 수 있다” “충동 제어가 안 되는 것 같다”는 진단이 나왔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병리적 문제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기와 다른 의견이나 질문에 노출되는 데 대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는 것이다.

▷직접 진료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건강에 대해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의료 윤리 위반이 될 수 있다. 한 의대 교수는 “전문가 권위를 남용하고 의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사들에겐 개인의 병이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경고의 의무’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면 국가적 재앙이 되므로 비밀 준수 규정을 지키는 게 오히려 의사 윤리 위반이라는 논리다.

▷경고의 의무는 2017년 미국 정신의학 전문가 27명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대해 “극단적 쾌락주의자이자 병적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라고 진단하면서 주목받았다. 트럼프가 나오는 수백 시간 분량의 동영상, 수천 건의 인터뷰, 수만 건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였다. 이들은 백악관 의료진이 대통령의 정신건강도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무기 담당자는 정신건강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핵단추 누르는 최고 결정권자는 왜 관리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국내에서도 대통령 정신건강을 관리할 주치의를 두고, 최고위급 공직자와 장성급은 매년 정신 검진을 의무화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조증과 울증 상태를 왔다 갔다 하는 양극성 정동장애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빈손으로 임기를 마치게 될 거라는 비관과 초고속 승진해 용산까지 왔으니 앞으로도 잘될 거라는 낙관 사이에서 ‘정신적인 붕괴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 역대 정부 최초로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를 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국민을 위한다면 자신의 정신건강부터 챙겨야 했다. 대통령 마음의 병은 나라의 큰 ‘유고’에 해당함을 절감하는 시국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