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는 정말 다른 영역이었죠. 10km와 하프 코스를 완주한 뒤 42.195km 풀코스에 도전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그때서야 왜 사람들이 ‘러너’와 ‘마라토너’를 구분하는 줄 알게됐죠. 풀코스는 정말 마라톤 정신이 있어야 완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성취감도 남다르죠.”
지윤아 씨가 10월 열린 서울레이스 하프 코스에 참가해 질주하고 있다. 지윤아 씨 제공.
“처음 시작할 땐 그냥 달리는 것 그 자체가 좋았죠. 근데 계속 달리니 거리도 늘리고 기록도 단축하고 싶은 겁니다. 10km 대회에 출전하려고 5~7km를 달리며 훈련했는데 어느 순간 힘이 안 드는 겁니다. 그래서 하프 코스에 도전했고, 하프 코스에 도전하다 보니 풀코스까지 완주하게 됐죠.”
지윤아 씨가 한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달리고 있다. 지윤아 씨 제공.
2022년 가을 지인들과 함께 단체로 한복을 입고 5시간 초반 대에 완주했다. 지난해 서울마라톤에서 3시간50분10초로 ‘서브포(4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했고, 올해 사실상 전성기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 씨는 올 한해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마라톤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여자 20·30대 수상자로 선정됐다.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서 3시간23분51초(여자부 110위)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고, 9월 공주백제마라톤 풀코스에서는 3시간49분45초(여자부 19위)를 기록했다. 풀코스는 물론 하프 코스(1시간35분5초), 10km(41분53초) 개인 최고기록도 올해 다 작성했다.
10월 9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열린 2024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지윤아 씨.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 씨는 러닝크루에서 달리며 실력을 쌓았다. 달리기 초창기 크루고스트에서 뛰었고, 지금은 ‘민식이’라는 애칭의 MNSIX와 1987RRR에서 활동하고 있다. 2022년부터 MNSIX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그는 이듬해 운영진에 참여했고 올해는 크루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MNSIX는 ‘러닝을 추억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함께 달린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추억을 쌓고 있다”고 했다. 매월 두 번째 주 금요일 서울 반포종합운동장에서 민식이 트렉데이인 ‘민트데이’를 운영한다. 인터벌트레이닝, 빌드업, 지속주 등 다양한 훈련을 하고 있다. 넷째주 평일 하루는 정기런이 열리며 서울 곳곳을 달린다.
지윤아 씨가 한 마라톤대회에서 달리고 있다. 지윤아 씨 제공.
“AR에서 동아마라톤 챔피언 출신 유승엽 코치님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크루 회원들과 약 3개월을 집중적으로 훈련합니다. 트랙에서 인터벌 훈련, 도로에서 장거리 훈련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합니다. 평소에는 월 200km 정도를 달리는데 대회를 앞두곤 300km 정도를 달리죠. 이렇게 훈련해서 목표로 한 기록이 나오면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유승엽 코치(33)는 2015년, 2017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국내 남자부에서 우승했다.
지윤아 씨(왼쪽)가 서울시러닝크루 7979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지윤아 씨 제공.
달리는 게 왜 좋을까?
“달리는 것 자체와 완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이 너무 좋아요. 스트레스를 받고 혼자 달리면 생각도 정리돼 머리가 맑아지죠. 그래서 계속 달려 왔는데 앞으로도 제 삶의 일 부분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
지 씨의 내년 목표는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 10회째를 완주하는 것이다. 올해까지 풀코스를 8회 완주한 그는 내년 초 훈련 삼아 한 대회 풀코스에 출전한 뒤 3월 동아마라톤에 출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10회 완주때 풀코스를 3시간20분 이내에 달리는 것도 목표다. 그 목표를 달성하면 3시간10분 이내에 달리는 ‘싱글’에 도전한다. 달리며 계속 도전하는 삶이 즐겁다.
지윤아 씨가 한강변을 달리고 있다. 지윤아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