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K팝 시상식 최초 무대 확대해 미국 진출 사우디 문화부와 MOU 체결해 중동 지역 K문화 확산 주도
지난 20년 동안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온 한국은 어엿한 문화 강국으로 부상했다. 블랙핑크와 BTS 같은 K팝 그룹은 세계적인 스타가 됐으며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공개 30일 만에 전 세계적으로 1억11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올리는 등 넷플릭스 역사상 신기록을 세웠다. BTS는 한 해에만 약 50억 달러(약 7조1600억 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내며 한국 경제에 기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 지역 일부의 하위 문화로 인식되던 K콘텐츠가 역동적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정상에 우뚝 선 모습이다.
K브랜드의 성공 비결을 연구한 다비드 뒤부아 프랑스 인시아드 부교수는 오늘날 한국의 자산이 된 K문화가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물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20년에 걸친 효과적인 전략과 실행을 통해 매력적인 K브랜드를 탄생시켰다는 설명이다. K문화를 지원하기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 기준 60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해 프랑스 문화부 예산 46억 달러보다 약 30% 더 많은 수준이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같은 정부 기관 역시 K콘텐츠에 대한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해외 투자 역시 활발해졌다.
● 팝의 본고장 미국에 깃발
올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2024 마마 어워즈’. 주로 각 아이돌 그룹 팬덤 등 K팝 팬들로 구성된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CJ ENM 제공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베테랑 가수 박진영과 미국 싱어송라이터 앤더슨 팩이 ‘2024 마마 어워즈’에서 선보인 컬래버레이션 무대. CJ ENM 제공
뒤부아 교수는 ‘몰입형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 점’을 K팝의 성공 비결로 꼽는다. K팝이 촉각과 시각에 호소하는 안무와 시각적 퍼포먼스로 팬들의 경험과 브랜드 매력도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K팝은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해 시각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뒤부아 교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K팝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지 검색이 웹 검색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힙합 장르는 이미지와 웹 검색 비율이 비슷했다.
실제로 이번 2024 마마 어워즈에서 최초로 선보인 무대들은 실시간 화제성은 물론 다시 보기 열풍을 일으키며 온라인의 각종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소셜미디어 ‘X’의 실시간 트렌드에 42개 국가 및 지역에서 860여 건의 마마 어워즈 관련 키워드가 올랐으며, 기타 소셜미디어에 마마 어워즈 관련 해시태그도 약 1300만 건 올라오는 등 언급량이 예년 대비 800% 늘었다. 2024 마마 어워즈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시상식 영상은 5일 만에 조회 수 1억을 돌파했다.
● 중동 지역의 K문화 확산 주도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올 9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사우디 문화부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국가개발계획인 ‘비전 2030’을 주도하는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졌다. 비전 2030은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 문화·오락 활동에 대한 지원 강화와 규제 완화 등을 시도하는 사우디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다. 이 회장은 “사우디 문화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깊이를 확인했다”며 “엔터테인먼트, 음악 등에 걸친 CJ그룹의 문화 사업 노하우와 사우디의 문화 자원, 잠재력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