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시간차를 두고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그간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여야를 압박했지만, 이제 공이 헌법재판소(종로구 북촌로)로 넘어가자 무대를 광화문으로 옮겼다. 앞서 광화문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어온 보수 진영과의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경찰도 바짝 긴장하며 경계 강화에 나섰다.
● 광화문서 ‘탄핵 반대’ 집회 열려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성향 단체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가 집회를 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오후엔 같은 장소에서 ‘탄핵 촉구’ 집회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같은 날 오후 3시부터는 광화문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약 3만 명 (경찰 추산 3000명) 이 모여 윤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에 참석한 시민들은 헌재가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손에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도 들었다.
주최 측이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순간의 영상이 재생됐다. 연단의 사회자가 “탄핵 가결을 완수해 냈다. 이겼다”라고 외치자, 시위 참여자들은 일제히 피켓과 응원봉을 머리 위로 들고 흔들며 환호했다. 부산에서 온 윤모 씨(69)는 “나라에 큰 혼란이 올 뻔했는데 탄핵안이 가결돼 다행”이라며 “국민이 계속해서 뭉쳐서 목소리를 높여야 헌재에서도 올바른 결정을 내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인 씨(27)는 “시위에 매일매일 참여해 빠른 파면 결정을 촉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헌재도 빨리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충돌 가능성에 경찰 긴장… 尹 응원 화환에 화재도
한 장소에서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열리며 이들이 충돌할 우려가 커지자 경찰과 서울시는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앞서 서울시, 경찰, 소방 등은 14일 국회 앞 집회 현장 등에 총 1031명을 투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광화문에서 열릴 집회에도 계속 대비하고 있다”며 “14일 집회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집회 참여자 간의 충돌이나 부상 등의 사건이 한 건도 없었지만, 앞으로 분위기가 격화되면 불상사가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16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찬성 및 반대 집회가 각각 예고됐다.
전날 시민 약 200만 명(경찰 추산 20만 명)이 모였던 국회 앞에는 지방에서 ‘상경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호텔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귀가하면서 15일 귀가 행렬이 이어졌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뒤 국회 근처 호텔에서 묵었던 김회덕 씨(71)는 “탄핵안 가결 당시 딸과 포옹하고 주변인과 하이파이브 하며 기쁨을 표했다”며 “시민들이 가결을 이끌어낸 만큼 헌재 판결까지 국민이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