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ARM 쓰던 누비아 인수 마찰 ARM, 지난 10월 “라이선스 위반” 업계 “퀄컴 패하면 삼성전자도 영향” “AI PC 주도권 힘겨루기” 분석도
최첨단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퀄컴의 ‘두뇌 칩’ 사용권을 두고 분쟁 중인 칩 설계사 퀄컴과 설계도 제작사 ARM의 재판이 16일(현지 시간) 시작된다. 분쟁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퀄컴 ‘스냅드래건’ 칩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RM은 반도체의 ‘설계도’를 만든다. 퀄컴 등 설계사에 설계자산(IP)을 제공하고 관련 라이선스로 수익을 올린다. 전 세계 스마트폰 99%가 ARM 설계를 기반으로 할 정도로 ARM 설계자산은 업계의 표준이다. ARM에 있어 퀄컴은 매출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고객이다.
양측의 갈등은 2021년 퀄컴이 반도체 설계기업 누비아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그동안 ARM의 설계도를 보고 중앙처리장치(CPU)를 설계하던 퀄컴이 자사 칩에 누비아의 ‘오라이온 CPU’를 쓰겠다며 사실상 자립을 선언한 것이다.
국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소송에는 수년이 소요되고, 양측이 합의할 가능성도 높아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재판이 이제 시작되는 만큼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양측 합의가 성립되지 않고 퀄컴이 패할 경우 사실상 대체 AP가 없는 스마트폰 시장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의 분쟁은 인공지능(AI) PC 시대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PC 시장의 주도권은 인텔이 쥐고 있지만, 스마트폰 칩 강자인 퀄컴은 올해 ARM 기반 ‘스냅드래건 X’ 칩으로 AI PC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이를 탑재한 ‘갤럭시북4 엣지’를 출시한 바 있다. 포브스는 “퀄컴은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본다. 이에 수익 측면에서 ARM은 퀄컴의 성공에 더 큰 보상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철 삼성전자 모바일경험사업부(MX) 갤럭시 에코비즈 팀장(상무)은 앞서 12일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ARM-퀄컴 분쟁의 영향에 대해 “AI PC 대중화를 위해 인더스트리 파트너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