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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ARM ‘스냅드래건’ 저작권 재판 시작… 국내기업도 촉각

입력 | 2024-12-16 03:00:00

퀄컴, ARM 쓰던 누비아 인수 마찰
ARM, 지난 10월 “라이선스 위반”
업계 “퀄컴 패하면 삼성전자도 영향”
“AI PC 주도권 힘겨루기” 분석도




최첨단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퀄컴의 ‘두뇌 칩’ 사용권을 두고 분쟁 중인 칩 설계사 퀄컴과 설계도 제작사 ARM의 재판이 16일(현지 시간) 시작된다. 분쟁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퀄컴 ‘스냅드래건’ 칩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RM은 반도체의 ‘설계도’를 만든다. 퀄컴 등 설계사에 설계자산(IP)을 제공하고 관련 라이선스로 수익을 올린다. 전 세계 스마트폰 99%가 ARM 설계를 기반으로 할 정도로 ARM 설계자산은 업계의 표준이다. ARM에 있어 퀄컴은 매출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고객이다.

양측의 갈등은 2021년 퀄컴이 반도체 설계기업 누비아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그동안 ARM의 설계도를 보고 중앙처리장치(CPU)를 설계하던 퀄컴이 자사 칩에 누비아의 ‘오라이온 CPU’를 쓰겠다며 사실상 자립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누비아도 여전히 ARM의 IP를 활용하고 있었고, ARM은 2022년 퀄컴이 자사 동의 없이 누비아의 라이선스를 이전하려고 했다며 미 델라웨어주 법원에 라이선스 계약 위반 및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퀄컴은 누비아를 인수하며 누비아와 ARM 사이 계약도 자동으로 승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에서 퀄컴이 패하면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퀄컴의 스냅드래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삼성전자, 샤오미, 아너 등의 스마트폰에 ‘두뇌 칩’으로 탑재돼 있다. 올해 2분기(4∼6월) 퀄컴의 글로벌 스마트폰 AP 점유율은 31%로 1위 미디어텍(32%)과 큰 차이가 없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선 스냅드래건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PC, 차량 등에도 칩을 공급한다. 블룸버그는 양사의 대결을 두고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소송에는 수년이 소요되고, 양측이 합의할 가능성도 높아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재판이 이제 시작되는 만큼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양측 합의가 성립되지 않고 퀄컴이 패할 경우 사실상 대체 AP가 없는 스마트폰 시장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의 분쟁은 인공지능(AI) PC 시대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PC 시장의 주도권은 인텔이 쥐고 있지만, 스마트폰 칩 강자인 퀄컴은 올해 ARM 기반 ‘스냅드래건 X’ 칩으로 AI PC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이를 탑재한 ‘갤럭시북4 엣지’를 출시한 바 있다. 포브스는 “퀄컴은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본다. 이에 수익 측면에서 ARM은 퀄컴의 성공에 더 큰 보상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철 삼성전자 모바일경험사업부(MX) 갤럭시 에코비즈 팀장(상무)은 앞서 12일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ARM-퀄컴 분쟁의 영향에 대해 “AI PC 대중화를 위해 인더스트리 파트너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