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방산시장 재건에 안간힘 美, 155㎜ 포탄 생산 본격 투자 獨, K2전차 경쟁 ‘레오파르트’ 확대 정국 혼란 한국, 전폭 지원 어려워… 해외 생산시설 확충 등 숙제 산적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던 한국 방산 기업들이 암초를 만났다. 방산 수출은 정부의 전폭적 외교 지원이 중요한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인한 정국 혼란에 당분간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유럽 등 전통의 방산 강국들이 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재래식 무기 개발에도 나섰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혁신에 나서야 하고, 정부는 수출 지원에 나서는 등 ‘2인3각’ 협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유럽과 미국, 방산 시장 재건
최근 유럽은 방산시장 재건 및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연간 5∼10대 생산에 그쳤던 K2 전차 경쟁 모델 ‘레오파르트’ 전차의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레오파르트 생산 기업 라인메탈은 헝가리에 전차 생산 기지를 새로 짓기로 했고, 우크라이나에도 장갑차 링크스(Lynx) 생산 시설을 최근 완공해 가동에 들어갔다.
최근 5년간 무기 수출국 순위에서 러시아를 누르고 2위에 올라선 프랑스도 유럽 내 안보 역량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병사 2000명을 대상으로 군사 교육을 진행 중이다. 국산 무기 최대 수입국인 폴란드는 자체 탄약 생산 시설 확충을 위해 예산 1조 원을 배정했고 우크라이나도 자체 포탄 생산 시설 확충을 끝냈다.
미국은 최첨단 무기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대부분의 재래식 무기 생산을 중단한 미국은 최근 155mm 포탄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해 40년 만에 켄터키주 그레이엄에 트리니트로톨루엔(TNT) 생산 시설을 가동하기로 했다. 6100억 원 투자도 단행했다. TNT는 155mm 포탄 등에 들어가는 폭발물이다. K방산을 맹추격하는 튀르키예는 내년 국방 관련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470억 달러(약 67조5000억 원)로 의결했다. 올해 대비 17.5%나 증액한 것이다.
● “해외 K방산 생산 거점 구축 등 필요”
방산 기업의 현지 생산시설 확충도 중요하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K방산을 수출형 산업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해선 수출 대상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하면 K방산 수입국이 한국 무기를 ‘해외 수입산’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기조가 약화될 수 있다. 유 센터장은 “정부 역시 방위산업 수출을 위한 별도 법을 만들어 절충교역(무기 구매자에게 반대급부로 기술 등을 이전해 주는 것) 등 기업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부분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