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잣나무 등 재선충병에 약해… 나무 밑동에 구멍 뚫고 주사액 투입 꾸준한 방제로 감염목 숫자 감소세 산림청, 7개 지자체 특별방제 나서 “피해목 10만 그루 이하로 낮출 것”
9일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에서 작업자들이 소나무 밑동에 구멍을 뚫고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하는 약제를 투입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재선충병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산불이나 사태를 키우며 연쇄 작용을 합니다.”
9일 오전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주사 작업이 한창인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에서 만난 목명수 현장반장은 “재선충병은 적극적인 예방 외에는 억제할 방법이 없다”며 “국내 숲의 27%가 소나무림이다. 병을 방치하면 말라 죽은 나무가 장작이 되고, 흙을 붙잡는 힘이 약해져 산불과 사태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1mm 크기의 선충으로 나무 세포를 파괴해 감염된 나무는 1년 안에 말라 죽는다. 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를 통해 옮겨 다닌다. 국내에는 1988년 부산 금정구에서 처음 발견됐고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법은 없다. 전국적으로 2014년에 218만 그루까지 감염됐다가 지난해 107만 그루, 올해는 90만 그루로 집계됐다.
이날 작업자들은 먼저 윤척(輪尺)으로 성인 가슴 높이에서 나무 지름을 재고, 굵기에 따라 재선충을 없애는 주사액을 넣을 구멍 개수를 정했다. 지름이 굵을수록 구멍 수는 늘어난다. 이후 소형 엔진에 연결된 드릴을 활용해 나무 밑동에 10cm 깊이 구멍을 뚫고 빨간 주사액을 넣는다. 작업자들은 헷갈리지 않기 위해 첫 구멍에 나무젓가락을 꽂아 표시해 두고, 나머지 구멍에 빠짐없이 주사액을 넣은 뒤 나무젓가락을 뺐다. 이 작업은 소나무, 해송, 잣나무, 섬잣나무 등 재선충병에 약한 나무마다 이뤄지는데, 경사가 심한 곳까지 샅샅이 훑는다.
작업자 류해성 씨(70)는 “낙엽이 쌓여 지면 상태를 예측하기 어렵다. 늘 긴장 속에 일한다. 10kg 넘는 구멍 뚫는 기계를 등에 메고 다니면 꼭 군사작전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부산 남구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축구장(7140m²) 2464개를 합친 넓이인 1760ha(헥타르)의 소나무에 재선충병 예방주사를 놨다. 같은 기간 이곳에서 집계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모두 6125그루인데, 최근 4년(2021∼2024년) 동안 감염목은 나오지 않았다. 부산 영도구도 2016년 최대 1641그루였던 감염목이 올해 5그루로 줄었다. 2006년 12월 잣나무림에서 처음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경기 광주시 초월읍 중대동은 2015년에 감염목이 3만2000그루까지 늘었다가 올해 8000그루로 꺾였다. 모두 지속적인 예방나무주사를 놓은 곳이다.
● 2030년까지 피해목 10만 그루 목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등급은 총 5단계로 나눈다. 행정구역 내 피해목 수가 기준인데 단계별로 극심(5만 그루 이상), 심(3만∼5만 그루) 중(1만∼3만 그루), 경(1000∼1만 그루), 경미(1000그루 미만)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229개 시군구 가운데 16개 시도 153개 시군구에서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발생했다. 꾸준한 방제가 이뤄지며 이 가운데 132개 시군은 경 또는 경미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부산 동래구, 강원 강릉시 등 13개 시군은 재선충병이 3년 동안 발생하지 않아 11월에 청정지역으로 전환됐다.
임상섭 청장은 “헬기, 드론, 지상 3중 예찰을 통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집단 발생지는 나무 종류를 바꿔 2030년까지 피해목을 최소 10만 그루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잣나무를 포함한 국내 소나무림은 전체 국토 면적의 17%를 차지하며 목재, 송이버섯 등 연간 임산물 생산 총액은 2894억 원으로 조사됐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