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탄핵 책임론에 與 한동훈체제 붕괴 가결후 의총서 고성 등 아수라장… 韓에 “당장 나가라” 10분만에 퇴장 친한 최고위원 2명도 사의 밝혀… 친윤 “韓 오늘 사퇴 안하면 강제정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 도중 회의장을 나와 생각에 잠겨 있다. 한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여부 등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대표직 사퇴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습니까. 제가 계엄했습니까.”(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가 이같이 말하자 친윤(친윤석열)계, 비한(비한동훈)계 의원들이 “당장 여기서 나가라”, “이 자리에 있을 자격조차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대표가 탄핵 가결에 대한 책임론을 묻는 의원들에게 “내가 투표했냐”며 맞서자 다수 의원이 고성을 지르며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직후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줄사퇴하면서 사실상 당 지도부가 붕괴됐다.
의총 직후 “대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던 한 대표는 15일에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침묵을 지켰다. 이날 오후 한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알려졌으나 당에서는 “금일 당 대표 기자회견을 계획한 사실이 없다”는 공지를 냈다. 직후 한 대표는 공식적으로 16일 오전 10시 반 거취 표명을 예고했다.
● 친한계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도 사의
한 대표는 전날 의총장에서 “대통령은 직무정지가 돼야 했다. 탄핵은 예견된 일 아닌가”라며 “질문 받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이 한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며 의총 참여를 요청했고, 이에 한 대표가 의총장을 찾아 이 같은 발언으로 포문을 연 것.
친윤·비한계 의원들은 “당론으로 탄핵을 반대했는데 무슨 말이냐. 한 대표만 협조했으면 탄핵은 안 됐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이걸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고, 의원들은 “왜 못 지키냐. 우리가 단결하면 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의원들이 “대표가 왜 반대 당론을 어기고 혼자서 찬성한다고 떠들었냐”고 했고, 한 대표는 “저는 당 대표로서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의원들은 “그게 무슨 당 대표 의견이냐. 당신 개인 의견이지”라며 반박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이 트리거가 돼 다수 의원이 격분했다. 중립지대인 권영진 의원은 한 대표가 있는 연단 앞으로 뛰쳐 나가 삿대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여기서 당장 나가라”고 했고, 결국 한 대표는 입장 10분 만에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물병을 집어던지고 울고불고하는 의원도 있었다”며 “우리끼리 ‘정신 상태가 이상한 것 아니냐’는 말도 오갔다”고 했다.
한 대표가 퇴장한 뒤 친한계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이 곧바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한때 한 대표의 최측근이었다. 또 친윤계 김민전 김재원 인요한 최고위원도 줄사퇴했다. 당 지도부 총사퇴 거수 투표에서도 당시 참석자 83명 중 73명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친윤 “민주당 부역자 덜어내고 90명 똘똘 뭉치자”
국민의힘 친윤·비한 의원들은 15일 공개적으로 “배신자, 쥐새끼” 등 한 대표를 겨냥한 거친 비난을 이어갔다. 친윤 이상휘 의원은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동지와 당을 외면하고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그런 이기주의자와는 함께할 수 없다”고 했다. 권 의원도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라고 말했다. 친윤계 재선 의원은 의원 단체대화방에 “자해정치를 하는 민주당 부역자들은 덜어내자”며 “108명이란 숫자도 의미 없어졌다. 90명이라도 똘똘 뭉쳐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않고 침묵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구질구질한 건 한동훈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사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