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李, 탄핵안 가결때도 굳은 표정 당에 “신뢰주는 모습 필요” 당부도 지도부 “언행 각별히 유의” 지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인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 여러분, 1차전의 승리를 축하드리고,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작은 산 하나를 넘었을 뿐입니다. 우리 앞에 더 크고 험한 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 앞 시민들의 집회 현장을 찾아 굳은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침착하라,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당내 축제 분위기 자제령을 내리며 ‘로키(low-key)’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던 순간 민주당 의원석에선 “와” 하는 짧은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만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원들에게 “책임감 있고 신뢰를 주는 당과 국회의 모습이 필요하다. 분출된 광장의 에너지를 논란을 수습하고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지도부도 “국민에게 오해를 사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은 광장의 시민들로선 기뻐할 일이겠지만, 의원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는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재판 등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선 “정치적 공세”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표는 “기소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고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에 많은 국민이 동의한다. 우리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아주 확실한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파면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파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 그것만이 국가의 혼란을 최소화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이날 “이 대표께서도 윤석열과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헌재의 신속 탄핵 심사와 본인의 선거법 재판 신속 판결을 같이 외쳐주시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시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탄핵안 가결 직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낸 데에 대해선 날을 세웠다. 그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 같다”며 “국민들 사이 충돌을 선동하는 것과 다름없어 혼란과 갈등, 대결이 상당 기간 증폭될 것 같다”고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