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가 온다] 작년 노인가구 年소득 3469만원 노인빈곤율 40.4%로 여전히 높아 노년층끼리도 양극화 현상 심화
대기업 임원을 지낸 A 씨(67)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간다. 유럽, 남미 국가들은 물론이고 지난달에는 케냐와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지역도 갔다 왔다. A 씨는 “젊을 때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나이 들어서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즐겁게 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는 중”이라고 했다.
지적 호기심이 넘치는 A 씨는 60대 초반에 석사 과정도 밟았다. 그는 “부모가 상속을 이유로 돈 쓸 것도 못 써가면서 우울하게 사는 삶은 자식에게도 좋은 교육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젊을 때 한 고생을 보상 받으려는 심리도 물론 있지만, 남은 노후는 우리 부부의 행복을 위해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노년층에 편입되면서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신(新)노년층’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은퇴 이후에도 소비 및 여가 생활을 즐기면서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다. 실제로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지난해 3469만 원으로 2020년보다 442만 원 늘었다. 자산 수준도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노인층의 평균 금융자산은 4912만 원으로 2020년(3213만 원)에 비해 53%나 증가했다. 노인세대의 경제력이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교육 수준 역시 고졸 비율은 2020년 28.4%에서 지난해 31.2%로 2.8%포인트 증가했고,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도 같은 기간 1.1%포인트 늘어 7.0%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년층 내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풀이한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내년 20%, 2036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종화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물가는 오르는데 국민연금 급여율(소득대체율)은 낮아지고 있다”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양극화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