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교인이 지난 5월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5.18/뉴스1
지난 9일 오전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 인천 남동구 교회에서 ‘멍투성이’로 발견된 여고생 사건 관련 재판이 열렸다.
법정 안은 신도들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으나, 그중에 피해자인 김지연 양(가명·17) 편에 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 양은 지난해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이듬해인 올해 1월부터 정신 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교회를 다니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김 양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말을 횡설수설하거나 불안 증세를 보였다.
그러자 박 단장은 “정신병원 보다 교회에 보내는 게 낫지 않겠냐”며 “내가 김 양을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이를 전달받은 이 씨는 “감사하다”며 김 양을 교회에 맡겼다.
이후 박 단장은 교회에서 마사지 등 업무를 하는 허영미 씨(가명·55)와 다른 지원 업무를 하는 양은숙 씨(가명·41)에게 함께 김 양을 돌보게 했다. 허 씨는 박 단장에게 김 양에 대한 모든 보고를 하고 어떠한 행위를 할 때마다 허락을 받았다. 박 단장은 합창단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박 단장의 허락은 필수적이었다.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를 보호하거나 치료해 본 경험이 전혀 없는 박 단장은 허 씨와 양 씨에게 “김 양이 교회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잘 봐야 한다”며 “난동을 부리거나 교리를 따르지 않을 때에는 마음을 꺾어야 한다”고 했다.
허 씨 등은 김 양을 교회 201호에 감금했다. 김 양이 “도망 가고 싶다. 차라리 정신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했으나, 이들은 교대로 김 양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김 양의 이상 행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4일간 잠을 자지 못하게 하거나, 복도와 방 등 청소를 시키기도 했다. 또 김 양이 난동을 부릴 경우 팔과 다리를 결박한 채로 입을 막고 눈을 가렸다.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도록 시키거나 성경 필사를 시키기도 했다.
김 양의 상태는 지난 5월 초부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만큼 안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씨 등은 김 양을 데려가 치료받도록 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양을 더욱 강하게 결박하기 위해 ‘치매 환자용 밴드’를 구입한 뒤 가혹행위를 이어갔다. 결국 김 양은 쓰러졌고, 다리 부위 등에 생긴 혈전으로 발생한 ‘폐혈전색전증’으로 지난 5월 16일 사망했다.
김 양의 죽음으로 박 단장, 허 씨, 양 씨 등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신의 딸을 병원에 보내지 않고 교회로 보낸 이 씨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내내 박 단장과 허 씨, 이 씨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허 씨 등은 오히려 “정신병원보다 안전한 병원에서 성심성의껏 김 양을 돌봤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어머니인 이 씨는 “(허 씨 등이) 돌봐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차례 이어진 증인심문 등은 3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었지만 교회 신도 등은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인천지법 형사14부(정우영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해 박 단장과 허 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양 씨에게는 징역 4년을, 김 양의 어머니인 이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양이 쓰러진 날 허 씨 등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신앙심과 동정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피해자를 돌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도 양형사유로 고려했다. 또 김 양의 어머니이자 이 사건 피고인인 이 씨와 김 양의 친언니가 박 단장과 허 씨 등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도 감형 사유가 됐다.
박 단장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이며, 검찰 측도 ‘아동학대살해를 인정하지 않은 1심 재판부는 법리를 오해했다’는 취지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