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붕괴로 임무 수행 불가능 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국민께 죄송 이재명 재판 타이머 멈추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에 앞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도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버텼던 한 대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불가피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한동훈 지도부는 7·23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지 146일 만에 와해됐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구성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 약 5분간 사퇴의 변을 전한 한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지지자 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며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한 대표는 “(국민과 지지자의) 그런 마음을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을 막아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킨 것”이라며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고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떠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 대표는 탄핵 찬성으로 선회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군대를 동원한 계엄을 옹호한 것처럼 오해 받는 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나라와 국민, 보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지지자를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남겼다. 한 대표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 대표의 폭주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꼬집은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16 뉴스1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