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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당 대표직 사퇴…“尹탄핵 찬성, 후회 안한다”

입력 | 2024-12-16 10:33:00

“최고위 붕괴로 임무 수행 불가능
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국민께 죄송
이재명 재판 타이머 멈추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에 앞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도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버텼던 한 대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불가피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한동훈 지도부는 7·23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지 146일 만에 와해됐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구성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 약 5분간 사퇴의 변을 전한 한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지지자 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며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한 대표는 “(국민과 지지자의) 그런 마음을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을 막아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킨 것”이라며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고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주장해 왔던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 준 것이다. 한 대표를 이를 겨냥해 “우리가 극단주의자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 당한다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며 “그날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날 거리로 나온 시민과 군인 사이 유혈 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떠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의사를 밝힌 뒤 탄핵안 2차 표결에서 이탈표가 다수 나온 것을 두고 당내에선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한 대표는 표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습니까. 제가 계엄했습니까”라고 말했고, 이는 적지 않은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 대표는 탄핵 찬성으로 선회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군대를 동원한 계엄을 옹호한 것처럼 오해 받는 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나라와 국민, 보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지지자를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남겼다. 한 대표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 대표의 폭주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꼬집은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16 뉴스1

한 대표는 국민과 당원, 국민의힘 당직자 등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며 90도 인사를 한 뒤 퇴장했다. 4월 비대위원장에서 사퇴할 때와 달리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한 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두 번째 퇴장을 맞게 됐다. 4·10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 직을 내려놓았던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에서 62.84%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집권 여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성 소수파로 몰리며 당선 146일 만에 내쫓기는 모양새로 직을 내려놓게 됐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5번째 비대위로 전환될 전망이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