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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트럭 크기 드론이”…‘드론 공포’ 휩싸인 미국

입력 | 2024-12-16 14:02:00


브라이언 글렌이 제공한 이 사진은 2024년 12월 5일 목요일 뉴저지주 버나드빌 상공을 비행하는 여러 대의 드론을 보여준다. Brian Glenn/TMX via AP(뉴시스)


미국이 때 아닌 ‘드론 공포’에 휩싸였다. 뉴저지주를 비롯한 대서양과 맞닿은 미국 동부 여러 주의 주택가와 국가 기반시설, 군사시설 상공 등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론 떼가 계속 출몰하고 있어서다. 국토안보부(DHS) 등 연방 기관은 “국가 안보에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도 “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며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드론 목격 신고는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등 동부 연안의 최소 6개 주에서 보고됐다. CNN은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지난달 18일 뉴저지 주 모리스 카운티 근처에서 시작됐다”며 “주민들은 드론이 머리 위를 맴돌거나 때론 무리지어 이동하는 것을 보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드론 떼는 뉴욕의 수원지 상공을 비롯해 군사 연구 및 제조시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골프장 등 뉴저지 전역에서 목격됐다”며 “최근에는 해안 지역에서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작은 트럭 크기”, “하늘 위에 수십 개의 대형 드론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NYT는 “모리스 카운티의 육군 기지를 비롯해 뉴욕 라과디아 공항 근처, 스튜어트 국제공항 근처 등 여러 곳에서 드론이 목격됐다”며 “이로 인해 스튜어트 국제공항의 활주로는 1시간 동안 폐쇄됐다”고 밝혔다. 항만청이 운영하는 공항 활주로가 드론 활동으로 폐쇄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이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FBI가 12월 3일 신고 전화를 개설한 이후 약 5000건의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CNN은 “이 중 100건 미만이 추가 조사 활동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신고였다”고 밝혔다.

우려가 커지자 백악관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FAA 등의 합동 설명을 통해 “드론은 국가 안보나 대중 안전을 위협하는 종류가 아니며 악의적인 외국의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보고된 목격 사례를 검토한 결과, 상당수가 합법적으로 비행하는 유인 항공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중의 과민반응’이라는 식의 정부 설명에 여론은 반발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드론이 러시아나 중국, 이란이나 북한 등 적대적 외국 세력의 음모일 수 있다”는 추측이 빠르게 퍼졌다. 뉴저지주 당국은 “연방 정부가 군대를 포함한 모든 연방 자원을 총동원해 우리 지역에서 허가 없이 드론을 비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드론 공포는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정부의 대응이 적절치 않다며 비판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정부가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믿는다”며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면 당장 드론을 격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블루멘탈 코네티컷주 상원 의원 역시 “특히 공항이나 군사기지 위를 날고 있다면 이를 격추해야 한다”고 말했다. FAA에 따르면 미국에는 총 79만1597대의 드론이 등록돼 있고 상업용과 오락용이 반반이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