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렸다. 한동훈 대표의 모두발언 중 강명구 의원이 일어나 한 대표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당 대표에게 반말하지 마세요. 일어나서 말씀하세요.”(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한 전 대표는 12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대통령 담화는 내란죄 자백”이란 발언에 반발하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검사 티를 못 벗은 결정적인 모습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상계엄 국면에서 이날 충돌을 시작으로 14일 의원총회에서도 한 대표가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습니까. 계엄 했습니까”라고 발언하면서 친윤계뿐만 아니라 비한(비한동훈)계와도 급속히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비록 친윤계가 거칠게 공격했지만 한 전 대표도 무리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도 “엄중한 시기에 현장에서 소통이 안 됐다”며 “자신의 판단이 옳더라도 자세를 낮췄어야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에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다만 한 전 대표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 뒤 지지자들을 만나 주먹을 불끈 쥐며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며 조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한 중진 의원은 “한 전 대표는 지도자의 자질을 가졌으나 아직 덜 여물었다”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면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 韓 “포기 않는다” 대선 출마 시사
2024.12.16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겨냥했다. 그는 “이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기자회견 뒤 차량에 올라 ‘한동훈을 지키자’고 외치는 지지자들을 향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도 했다. 한 친한계 핵심 의원은 “한 전 대표는 당 내부에서 싸워서는 얻을 게 없고, 외부에서 국민을 상대로 소통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 친한-친윤 모두 “韓 검사식 정치는 실패”
한 전 대표의 지난 5개월에 대해 친한-친윤 양쪽에서 “63% 지지율로 당 대표에 당선되고도, 검사식으로 정치를 하다가 당내 세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가 수차례 당내 협의 없이 입장을 발표하면서 의원 다수의 반발에 부딪힌 데 대해 “급한 성정과 검사 스타일이 복합된 것”이라며 “한 전 대표가 조금 더 넓게 포용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비한계 재선 의원은 “한 전 대표와 윤 대통령을 겪으며 검사 출신이 대선에 직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빠른 판단력과 선명한 메시지 등 정치인으로서의 장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빠른 머리 회전은 장점”이라고 했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 금투세 폐지 등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를 잘 캐치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후 즉각 반대 입장을 냈기에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결국 대선에서 중도를 잡을 수 있는 국민의힘 주자는 한동훈일 것”이라고 했다.
2024.12.16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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