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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완성차 위기 부품사까지 확산… 보쉬 “1만명 감원”

입력 | 2024-12-17 03:00:00

中에 밀린 폭스바겐 부품 수요 감소
기존 5500명 감축 계획서 두배 늘어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보쉬가 안방인 독일에서 최대 1만 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에 나선다.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이 중국산 전기차에 고전하면서 부품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시대를 호령했던 독일 자동차 산업 전반에 ‘전기차 전환에 뒤처지고 있다’란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보쉬 감독위원회의 프랑크 셀 부의장은 최근 독일에서 8000명에서 최대 1만 명에 이르는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초 지난달 인력 감축 규모를 5500명이라고 했던 것에서 약 두 배로 늘린 것이다. 각종 전자 제어 장치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보쉬는 독일에만 약 13만5000명의 근로자를 두고 있다.

이런 위기는 보쉬의 핵심 사업인 모빌리티 부문의 부진에서 비롯됐다. 자동차 부품 생산·판매를 담당하는 모빌리티는 보쉬의 4개 사업 부문(모빌리티, 산업기술, 소비재, 에너지 및 건설기술) 매출 전체의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지난해만 해도 전체 매출 916억 유로(약 138조 원)의 61%가 모빌리티 부문에서 나왔다.

하지만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산 전기차가 약진하면서 독일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보쉬의 ‘심장’과도 같은 모빌리티 부문도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셀 부의장은 “독일 자동차 제조사는 (저가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 심화와 판매량 감소로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다”고 했다.

실제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기업은 1∼10월 234만8066대의 차량을 팔았는데, 판매량은 전년 동기(235만7025대) 대비 0.4% 줄어들었다. 특히 독일 전기차 판매량은 26.6%(42만4623대→31만1881대) 줄었는데, 그 감소 폭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루마니아(―33.6%), 슬로베니아(―28.2%) 다음으로 크다.

독일 자동차는 주요 판매처이던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비야디(BYD) 같은 현지 토종 전기차 브랜드에 밀려나고 있다. 2019년 24.2%(연간 기준)에 달했던 독일계 자동차 판매 점유율은 지난달 월간 기준 15.6%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 수요 감소와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시장 성장률, 특히 독일은 특유의 높은 인건비로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여기에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중국 브랜드의 유럽 진입이 거세지면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