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으로 농구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문경은 전 SK 감독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한국 남자 농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부였다. 4쿼터 종료 3분여 전까지 71-84로 뒤지던 한국은 종료 4초를 남기고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전 끝에 102-100으로 승리했다.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문경은 전 SK 감독(53)은 “내 인생에서 그렇게 시원하게 많이 울어본 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2명 모두가 얼싸안고 울었다. 다시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싶다”고 회상했다.
연세대 시절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슈터였던 그는 프로 입단 후 13시즌 동안 9347점을 기록했다. 3점슛은 통산 최다인 1669개다. 그는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득점 3위(평균 20.3점), 3점슛 1위를 했다.
그는 큰 부상 없이 40세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감독으로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SK를 지휘했다. 2012∼2013시즌 팀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고, 2017∼2018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감독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엔 한국농구연맹(KBL) 기술위원장과 경기본부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대한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과 함께 tvN의 농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에 세 차례 정도 현장 중계를 한다는 그는 “평생을 통틀어 가장 농구를 많이 보는 것 같다. 놓친 경기들은 다시 보기를 통해 빼놓지 않고 복습한다”며 “농구 기사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문경은표 해설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건강은 20년째 해온 골프로 챙긴다. 그는 “절친한 후배들인 전희철(SK 감독) 이상민(KCC 코치) 등과 2000년대 초반 함께 골프를 시작했다. 요즘도 종종 라운드를 함께 한다”고 했다. 장기는 퍼팅이다. 힘 조절, 거리 조절에 뛰어난 그는 30m 거리의 롱 퍼트도 홀에 가까이 붙이곤 한다. 그는 “2m 안팎의 퍼트는 자신 있게 넣는 편”이라며 “경험적으로 좋은 슈터들이 퍼팅을 잘하는 것 같다. 이충희 선배님이나 대학 후배인 우지원도 퍼팅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더라”며 웃었다.
장기적인 목표는 대표팀 감독을 맡아보는 것이다. 그는 “국제 경쟁력이라는 게 단번에 생기는 게 아니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대교체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처럼 한국 농구를 다시 한번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