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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수정]정치 불안에 환율도 불안… 다시 시작된 고물가 걱정

입력 | 2024-12-16 23:12:00

신수정 산업2부 차장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면서 고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기후 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통받았는데 연말을 앞두고서는 느닷없는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다시 물가 걱정이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후 첫 평일이었던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8원 오른 1437원에 거래를 마쳤다. 탄핵소추안 가결 후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주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430원대로 높은 수준이다.

커피, 코코아 등 주요 식품 원재료의 국제 가격은 기상 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올해 들어 꾸준히 올라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은 19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 식품 원재료를 상당수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여름까지 2%대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들어 1.6%대로 떨어진 후 10월(1.3%), 11월(1.5%)까지 1%대를 이어갔지만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보통 원재료는 2∼3개월 단위로 계약해서 들여오기 때문에 당장은 타격이 없겠지만 고환율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외식 물가는 이미 줄줄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대비 11월 기준 소비자가 선호하는 외식 메뉴 평균 가격 상승률은 4%였다. 가장 많이 오른 메뉴는 김밥으로 연초 대비 5.3% 올랐고, 자장면과 비빔밥도 각각 5%씩 상승했다.

고물가는 올해 내내 서민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16일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소셜 빅데이터 623만 건을 분석한 결과 고물가 관련 키워드 언급량은 올해 1월 44만8124건에서 11월 86만2136건으로 배 가까이로 늘었다. 물가는 오르는 상황에서 가계 실질소득은 낮아져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 할 수 있는 선택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뿐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에만 돈을 쓰는 불황형 소비가 확대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7∼9월)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역대 최저치였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옷값부터 줄였다는 얘기다.

국내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가운데 6개월 뒤 경제 상황 전망을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지수는 74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실제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요 기관들은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겹치면 서민들의 부담과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년 내내 고물가와 싸우고 있는 민생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는 무엇보다도 물가 안정에 힘을 쏟았으면 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5일 입장문에서 “정치권은 속히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초당적으로 협력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 달라”고 호소했다. 나라 걱정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인데 새해에는 물가 걱정만큼은 덜 했으면 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