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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산품 매력에 빠져 정착”… 청년 지역살이 돕는 지자체 활기

입력 | 2024-12-17 03:00:00

[2024 지역발전지수 평가] 전국 159개 시-군 발전지수 평가
동아일보 미래전략硏-농촌경제硏 공동
김제-예천-강진 등 순위 급상승… 빈집 수리해 외지 청년에게 제공
지역 자원 활용한 창업 지원 등… 인구 유입-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12일 전북 김제시 주민 임광석 씨(가운데)가 지역민들의 신사업 개발을 지원하는 ‘로컬 참살이’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이 만든 ‘치유체험장’ 모형 앞에서 향후 사업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김제시는 농촌 주민들의 창업과 신사업 창출을 지원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김제=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요즘 뜨는 치유농장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네요.”

12일 전북 김제시 만경읍 올챙이생태놀이체험장에서 열린 ‘로컬 참살이’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서는 오래된 농장을 치유농장으로 바꾸기 위해 모인 농민 16명이 서로의 사업 구상을 공유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로컬 참살이는 지역민들이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해 실현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교육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재문 김제농촌활력센터 이사장은 “치유 체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민들이 농산물 판매 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 인구 유출을 막고 유입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전국 159개 시군(서울과 6개 광역시 소속 구 제외)을 대상으로 2024년 지역발전지수(RDI)를 평가해 10년 전과 비교한 결과 김제시처럼 주민 활력을 높인 농촌 지역의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다. 김제시의 주민활력 부문 순위는 2014년 123위에서 2024년 79위로 크게 뛰었다. 농경연이 2년 주기로 발표하는 지역발전지수는 지역을 삶터, 일터, 쉼터, 공동체의 ‘터’로 개념화하고 각 개념을 생활서비스, 지역경제력, 삶의 여유공간, 주민활력 등 4개 부문으로 점수화해 총합을 계산한 지수다.

경북 예천군 또한 주민 사이의 전문가 그룹인 신활력플러스추진단을 구축해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주민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인 ‘예천희망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역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 531명이 교육을 받고 액션 그룹 52팀이 선정돼 사업 지원을 받았다. 경북 예천군 또한 주민활력 부문 순위가 2014년 153위에서 2024년 59위로 크게 상승했다.

● 빈집 리모델링해 청년 지역살이 도와

전라도 남단의 농촌 지역인 강진군은 지역살이를 체험하려는 외지 청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강진군의 주민활력 부문 순위는 2022년 137위에서 2024년 101위로 36계단 상승했다. 특히 일주일에 4일은 도시, 3일은 병영면에서 살아보게 하는 ‘4도 3촌 병영스테이’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가 병영면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제공하고 청년들이 재능 기부를 하는 프로그램인데 지역 문화를 체험한 청년들이 아예 이주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당뇨병인 조부모를 위한 건강한 피클을 연구하다가 강진 특산품인 여주를 알게 된 임고은 라라잇 대표는 서울시의 지역연계 청년창업 지원사업인 ‘넥스트로컬’에 선정돼 강진을 방문하게 됐다. ‘4도 3촌 병영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병영면 거주를 시작한 임 대표는 현재 강진에 정착해 병영시장에 레스토랑 ‘라라잇’을 열고 양식과 함께 여주 피클과 감 초콜릿 등 강진 농산물로 만든 상품을 판매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전통주 양조장을 운영하던 ‘ABBF’의 김휘은 대표 또한 강진군의 친환경 쌀로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3년 전 강진을 처음 방문했다가 지역살이의 매력에 빠져 지난해 집과 양조장을 모두 강진으로 옮겼다. 장미 강진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청년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외지에서 방문하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이들 중 일부가 강진군민이 되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자원 활용해 일자리 창출


관광 등 지역 고유의 자원을 기반으로 사업체를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지역들이 지역경제력 부문에서 높은 순위 상승을 나타냈다. 강원 양양군은 서핑을 중심으로 관광산업이 성장한 덕분에 사업체와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지역경제력 부문의 순위가 2014년 109위에서 2024년 63위로 상승했다. 양양군의 서핑 인구는 2019년 18만2500여 명에서 2023년 55만8900여 명으로 3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전북 진안군은 2025년 개원 예정인 국립지덕권산림치유원과 연계해 산림치유식, 농산물생산·가공·유통, 여행·관광, 산림복지전문업 등의 분야에서 주민 주도의 창업을 지원했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산골 도시락’을 판매하는 ‘도슭담다’, 진안에 위치한 마이산 관광 기념품을 제작, 판매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마이개성 진안아트 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진안군의 지역경제력 부문 순위는 2014년 147위에서 2024년 56위로 상승했다.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농촌공간계획과장은 “각 시군이 지역의 여건을 진단하고, 내년도 농촌공간 계획을 수립할 때 이 지역발전지수를 유용하게 활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제=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제=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김제=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